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던 아리아나 마리(25)는 과밀 학급에 지쳐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지만 학생들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높은 주거비 때문에 부모와 함께 사는 생활이 이어졌다. 교직에 대한 열정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마리는 "극도로 번아웃된 상태였다"며 "교사 부족으로 모든 학급이 과밀 상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학교는 다른 곳으로 전근을 제안했지만, 그는 아예 해외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에서 영어교사 일자리를 구한 그는 현재 대구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마리는 대학 학위와 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TEFL) 자격을 갖춘 영어 원어민을 국내 공립학교에 배치하는 한국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했다. 한국은 교육 관련 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무료 주거, 항공료 지원, 의료보험, 월 1400달러(약 191만원)부터 시작하는 급여를 제공한다.
그는 "학생들의 행동 문제를 통제하느라 애쓸 필요가 없고 학생과 교사 모두 나를 존중한다"며 "오롯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팝과 K드라마의 인기도 한국행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급여와 복지 혜택 덕분에 저축과 여행도 가능해졌고, 무엇보다 교직에 대한 만족감을 되찾았다고 그는 전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의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에서는 자국에서 일자리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영어교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를 집중 조명했다.
젊은층이 해외 취업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자국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과거만큼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대졸 초기 취업자의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해도 임금 상승 속도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직을 포함한 미국 공공부문에서도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스트레스를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신입 직원들이 증가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행정 보조원으로 일하던 즈위웨 들라미니(28)도 비슷한 선택을 했다.
그는 반복되는 사무 업무에 지쳐 회사를 그만뒀다. "늘 책상 뒤에서 회의록을 정리하고 회의를 준비하며 최고경영자(CEO)들을 위해 일했는데 극도로 지쳤다"고 그는 말했다.
남아공의 청년 실업률이 70%에 육박해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웠다. 들라미니는 6개월간 구직을 이어간 끝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마리와 같은 프로그램에 지원한 그는 인천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게 됐다.
들라미니는 "1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상상할 수 없었다"며 "당시에는 음식도 제대로 살 수 없고 빚까지 쌓였는데, 지금은 빚을 갚으면서도 삶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무료 주거와 상대적으로 낮은 생활비 덕분에 빚을 갚으면서도 여행을 위한 돈을 모으고 대학원 진학까지 준비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해외 영어교사 생활에 관심을 갖거나 실제 외국행을 선택하는 젊은층도 있다.
해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부 교사들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현지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마리 역시 자신의 여행과 수업 경험 등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다.
TEFL 자격 과정을 운영하는 TEFL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영어교육 시장 규모는 950억달러(약 1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일자리도 200만개가 넘는다. 시장 규모는 2034년 1810억달러(약 24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세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등도 정규직 영어교사 채용을 확대하고 주거 지원 등 각종 복지 혜택을 내세워 젊은 외국인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 가디언은 "미국 연방정부의 교육부 기능 축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다수가 여성인 미국 공립학교 교사들이 해외 일자리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영어교사 자격과정을 제공하는 인터내셔널 TEFL 아카데미 공동창업자 존 벤틀리는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Z세대가 TEFL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처음에는 1년만 머물 생각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지만 현지 국가나 경험에 매력을 느껴 3~4년, 때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 머물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