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1일(월)

[시승기] "가족이 함께 탈 전기 SUV 고민 중이라면?"... 기아 EV5 타보고 내린 결론

전기차를 살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보통 가격과 1회 충전 주행거리다. 얼마에 살 수 있고, 한 번 충전하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가 선택의 출발점이 된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탈 차라면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뒷좌석이 편한지, 아이를 태우고 내리기 쉬운지, 여행 짐은 넉넉하게 들어가는지, 긴 시간을 달려도 가족 모두가 편안한지가 실제 만족도를 좌우한다.


EV5 / 인사이트


최근 'EV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대한민국 올해의 전기차'와 '소비자 선정 올해의 전기차'를 동시에 거머쥔 기아 EV5를 3일간 직접 타봤다.


시승 차량은 GT-Line 롱레인지 2WD 모델. 출퇴근길 도심부터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주말 시내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EV5의 매력은 제원표보다 차에 올라탄 뒤 더 잘 보였다.


EV5 / 인사이트


유모차부터 차박까지... '넓은 공간'보다 중요한 쓰임새


EV5는 전장 4610㎜, 전폭 1875㎜, 전고 1675㎜, 휠베이스 2750㎜의 중형 전기 SUV다. 숫자만 보면 압도적으로 큰 차는 아니다. 그런데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최근 전기 SUV들이 날렵한 디자인과 공기저항을 고려해 뒤로 갈수록 지붕을 낮추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EV5는 네모반듯한 SUV 형태를 택했다.


덕분에 2열에 직접 앉았을 때 머리 위 공간이 충분했고 무릎 앞에도 여유가 있었다. 성인이 타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적다.


EV5 / 인사이트


패밀리카로서 EV5의 진짜 매력은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더 또렷해진다. '폴드 앤 다이브' 방식으로 2열을 접으면 시트가 아래쪽으로 함께 내려가면서 트렁크와 거의 평평하게 이어진다.


유모차와 대형 캐리어는 물론 자전거와 캠핑 장비처럼 길거나 부피가 큰 짐을 싣기 편하다. 차박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평평하게 펼쳐진 공간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하다.


단순히 '트렁크가 넓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EV5는 전기차라 넓은 차가 아니라, 넓어진 공간을 가족이 어떻게 쓸지까지 고민한 차에 가깝다.


EV5 / 인사이트


시트백 테이블과 슬라이딩 확장형 센터콘솔, 2열 독립 온도조절도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아이에게 간식이나 태블릿을 올려줄 공간이 생기고, 장거리에서는 앞뒤 승객이 원하는 온도를 각각 맞출 수 있다.


하나하나 떼어놓으면 놀라운 신기술은 아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차를 오래 사용할수록 반가워질 기능들이다.


'확' 나가기보다 '편하게' 간다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도로에 나서면 EV5의 성격은 더욱 분명해진다.


EV5 / 인사이트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반응은 빠르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응답성을 갖췄고 차선 변경이나 고속도로 진입처럼 순간적으로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민첩하게 속도를 높였다.


다만 출력을 과격하게 쏟아내지는 않는다.


도심에서 신호에 따라 출발과 정지를 반복해보면 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진다. 출발은 매끄럽고 가속과 감속 과정도 자연스럽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동승자의 몸이 앞뒤로 크게 움직이는 일부 전기차와는 결이 다르다.


EV5 / 인사이트


과속방지턱이나 고르지 않은 노면을 지날 때도 충격을 날카롭게 전달하기보다 부드럽게 걸러냈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체가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 안정감을 더했다.


운전자를 자극하기 위해 단단하게 조인 차라기보다 뒷좌석에 가족을 태우고 오래 달리기 좋은 세팅에 가깝다.


패밀리카에서는 이것이 꽤 중요한 차이다. 운전자에게 짜릿한 가속이 재미일 수 있지만 뒷좌석에 앉은 아이나 부모에게는 피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V5 / 인사이트


EV5는 빠르게 달릴 줄 알면서도 평소에는 그 힘을 부드럽게 사용하는 쪽을 택했다.


460km 주행거리도 가족에게는 충분한 여유


롱레인지 2WD 모델에는 81.4kWh NCM 배터리가 들어간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460km, 도심에서는 507km다.


평일에는 출퇴근과 등하원, 주말에는 가족을 태우고 교외나 지방으로 이동하는 패밀리카의 사용 환경을 생각하면 충분한 주행거리다. 


EV5 / 인사이트


i-PEDAL 3.0도 실제 도심에서 꽤 편했다. 가속페달을 중심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정체 구간에서 페달을 번갈아 밟는 피로를 줄여준다.


V2L 역시 이제 익숙한 전기차 기능이다. 하지만 넓은 적재공간과 풀플랫 2열이 결합된 EV5에서는 활용도가 한층 높아진다. 캠핑이나 야외 활동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차 안을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3일간 타고 내면서 느낀 EV5는 넉넉한 2열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적재공간, 부드러운 주행감, 충분한 주행거리와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능까지 하나하나가 같은 곳을 향한다.


EV5 / 인사이트


좋은 패밀리카는 운전자를 가장 빨리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차가 아니라, 함께 탄 가족 모두가 편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해주는 차인지도 모른다.


그 기준에서 EV5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전기 SUV였다. EV5의 진짜 장점은 숫자를 볼 때보다 가족과 함께 직접 타봤을 때 더 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