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쿠팡, 과징금 폭탄에 2분기 8350억 적자... 전례 없는 제재에 불거진 '형평성 논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부과된 대규모 과징금 여파로 쿠팡이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5일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2분기 835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피해 고객 보상 비용이 반영된 1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 원을 넘어섰다.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 뉴스1


다만 과징금 한 건이 기업의 분기 손익을 뒤흔들 정도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가 드문 만큼 제재 수위와 산정 기준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상반기 적자만 1조 원... 최근 2년 성과 모두 상쇄


쿠팡의 2분기 영업손실 8350억 원은 상장 이후 기록한 최대 분기 적자다. 


종전 최대치였던 2021년 2분기 영업손실 5773억 원보다 약 45% 많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5억7000만 달러, 한화 약 85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쿠팡은 올해 1분기에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에게 제공한 1조6850억 원 규모의 구매이용권 관련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354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이에 따라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1895억 원에 달했다. 쿠팡의 반기 기준 영업손실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상장 이후 처음이다.


이는 쿠팡이 2024년과 2025년 2년 동안 거둔 영업이익 1조2813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최근 2년간 쌓은 영업이익 대부분이 올해 상반기 손실로 상쇄된 셈이다.


순손익 흐름도 비슷하다. 쿠팡은 2024년과 2025년 합계 3970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1조254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압도적 비중의 과징금... 마케팅·보상 비용도 누적


2분기 적자 폭을 키운 결정적인 요인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과징금이다.


지난 6월 11일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쿠팡 및 계열사의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 제재처부 의결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스1


쿠팡Inc는 2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에 4억1000만 달러, 한화 약 6158억 원의 과징금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과징금을 제외하면 2분기 영업손실은 1억4600만 달러, 약 2192억 원으로 줄어든다. 당기순손실은 1억6000만 달러, 약 2403억 원이다.


과징금을 빼더라도 적자가 이어졌지만 전체 손실 가운데 과징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2분기 실적 악화를 본업의 수익성 저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고 수습을 위한 추가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이후 이탈한 이용자를 다시 확보하기 위해 할인과 프로모션 등 마케팅을 강화했다. 피해 고객에게 지급한 구매이용권 사용도 4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이용자를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보상과 마케팅 비용이 동시에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 뉴스1


국내외 전례 없는 제재 수위... 산정 기준 두고 논란


업계에서는 행정 제재 비용이 반영되면서 한 분기에 8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발생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교 대상으로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1347억 원의 과징금을 반영한 SK텔레콤이 거론된다.


SK텔레콤은 해당 분기 별도 기준으로 522억 원의 영업손실과 206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으로는 484억 원의 영업이익을 유지했고 당기순손실은 1667억 원이었다.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등 자회사 실적이 포함된 쿠팡Inc의 2분기 당기순손실은 당시 SK텔레콤 연결 순손실의 5배를 웃돈다.


과거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 등으로 수천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기업도 있었지만 과징금 반영 이후 연간 순손실이 3000억 원을 넘어선 사례는 드물었다.


다만 기업마다 매출 규모와 사업 구조, 위반 행위의 성격, 과징금 이외에 반영된 비용이 다른 만큼 손실 규모만으로 제재 수위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 주요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메타는 5억33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으로 약 3800억 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3억27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건으로 약 970억 원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국가별 법률과 과징금 산정 체계와 유출된 정보의 종류와 피해 범위에도 차이가 있어 처분 강도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 부문의 매출까지 산정 기준에 폭넓게 포함할 경우 실제 책임보다 과도한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과징금이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추가 투자 여력까지 위축시킨다면 제재의 목적과 별개로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