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던 미군 무인기가 북한 무인기로 오인돼 우리 군에 의해 격추될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31일 군 당국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전날 오후 경기 파주 전방 지역에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인 'KMEP'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 해병대는 고정익 정찰 무인기를 투입했으나, 우리 군은 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군 전방 부대는 열상감시장비(TOD)와 레이더로 해당 비행체를 포착한 뒤 '미확인 비행체'로 판단했다. 휴전선 인근에서 무인기를 비행하려면 육군지상작전사령부나 공군작전사령부에 사전 비행계획을 통보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해당 무인기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군의 설명이다.
이에 육군지상작전사령부는 해당 무인기를 공중 위협으로 보고 적 무인기 대응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했다. 두루미는 북한 무인기 침투 등 공중 위협 시 방공포 등 전력을 총동원해 즉각 격추가 가능하도록 대비하는 최고 수준의 작전수행체계다.
군 당국은 추적 과정에서 비행체의 형태와 비행경로가 북한 무인기와 다르다는 점을 포착했고, 착륙 지점까지 추적한 끝에 미 해병대 소속 무인기임을 최종 확인했다.
합참 관계자는 "GOP(일반 전초) 이남 경기북부지역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식별돼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조치가 이뤄졌다"며 "확인 결과 훈련 중인 미측 무인기로 확인했고 상황 종료됐다"고 밝혔다.
다만 비행계획 공유 여부를 놓고 한미 양국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주한미군 측은 비행계획을 미리 한국군에 공유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군은 이를 전달받거나 승인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군 당국은 현재 미군의 비행계획 통보 및 승인 전 과정을 재확인하고 있다.
주한미군 역시 이번 일을 '사고(incident)'로 규정하며 "미 해병대는 사고를 둘러싼 경위를 평가하고 있고, 한국 해병대 및 관련 지역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확인 무인기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접경지역에서는 주민 대피 소동도 벌어졌다. 전날 오후 2시 30분께 민통선 인근 마을 이장들에게 '철원 지역에 무인기가 식별돼 긴급히 인근 대피호 또는 통제소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문자가 발송됐다. 합참이 해당 비행체를 미군 무인기로 공식 확인한 것은 문자 발송 약 1시간 뒤인 오후 3시 30분께였다.
군 관계자는 "현재 미 해병대 무인기의 비행계획 전달 과정 전반에 관해 확인하고 있고, 확인되는 대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