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알래스카 설원을 담고, 손맛 하나 위해 무기까지 갈아엎었다... 엔씨 'TL' 개발 비화

엔씨의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에 새롭게 추가된 신규 영지 '닉스'와 신규 무기 '권갑'에 담긴 개발진의 비하인드가 화제다.


지난 29일 엔씨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TL에 새롭게 추가된 영지 '닉스'를 제작한 개발진의 제작 비화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최근 TL이 진행한 대규모 업데이트 '얼어붙은 경계: 닉스'의 표면 뒤, "플레이어가 실제로 어떻게 느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 개발진의 시행착오가 담겼다.


사진 제공 = 엔씨


광활한 설원을 지루하지 않게 구현하고, 주먹 한 방의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이미 만든 무기를 과감히 뒤엎는 결정을 내린 개발진의 제작 비화를 지금부터 따라가 보자.


TL의 신규 영지 '닉스'의 핵심 콘셉트는 끝없는 눈보라와 혹한이 지배하는 북방의 세계다. 그러나 거대한 오픈월드를 온통 하얀 눈으로 채우는 작업은 개발진에게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난관으로 다가왔다.


눈으로 덮인 세상은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게임에서는 오히려 문제가 된다. 화면 대부분이 흰색으로 채워지면 지형의 높낮이나 거리감이 흐려지는, 이른바 '화이트아웃(Whiteout)'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플레이어는 길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눈의 강한 반사 효과는 장시간 플레이 시 시각적인 피로도까지 높일 수 있다.


사진 제공 = 엔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은 실제 자연에 있었다. 개발진은 알래스카 톰슨 패스(Thompson Pass)의 광활한 설산을 참고해 닉스의 전체적인 공간감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끝없이 이어지는 설원 사이사이에 거대한 산맥을 배치해 플레이어가 어디를 향해 이동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여기에 세밀한 표현을 더하기 위해 알래스카 마타누스카 빙하(Matanuska Glacier)의 특징도 게임 안으로 옮겼다. 단순히 흰색 텍스처를 입히는 대신, 얼음 단면에서 보이는 푸른빛과 거친 암석이 맞물리는 질감을 구현해 설원이 단조롭게 보이지 않도록 했다.


플레이어가 실제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거리감도 세심하게 조정했다. 가까운 곳에서는 눈 결정의 질감을 선명하게 살렸고, 먼 풍경에는 설원 특유의 푸른 안개를 여러 겹으로 배치했다. 가까운 곳은 또렷하게, 먼 곳은 자연스럽게 흐려 보이도록 만들어 넓은 공간을 실제보다 더 깊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순한 배경 장식으로 착각하기 좋은 하늘 위 인공 은하수 '미리내'도 플레이어의 시선을 수평에서 수직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광활한 북방 세계의 규모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 강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플레이어가 무심코 지나치기 좋은 배경이 실제 자연환경을 참고해 만들어진 수많은 고민의 흔적이었다.


사진 제공 = 엔씨


이번 업데이트에서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신규 무기 '권갑'이다. 현재 공개된 권갑은 두 손에 장착해 적을 직접 가격하는 무기지만,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권갑의 초기 콘셉트는 캐릭터 주변을 떠다니며 원격으로 힘을 사용하는 형태였다고 한다. 이러한 형태는 화려한 연출이 가능했지만, 무기가 몸에서 떨어져 있는 탓에 플레이어가 기대한 '주먹으로 직접 때리는 묵직한 타격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에 개발진은 이미 만들어 둔 리소스를 과감히 포기했다. 권갑의 본질은 결국 손으로 직접 적을 가격하는 데 있다고 판단했고, 무기가 손에 밀착된 지금의 형태로 콘셉트를 완전히 다시 설계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타격이 적에게 꽂히는 순간의 무게감과 충격을 더욱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됐다.


또 묵직한 한 방을 강조하는 권갑의 기본 모드와 빠른 연속 공격이 가능한 혈식 모드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위해 애니메이션 팀과 이펙트 팀, 전투 기획 팀은 타격 타이밍과 프레임을 수없이 조율하며 전투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진 제공 = 엔씨


다시 말해 TL의 이번 업데이트는 '플레이어가 어떻게 체감하느냐'에 대한 개발진의 밀도있는 고민의 결과물인 셈이다.


김주미 아트 디렉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간 청사진도 공개했다. 김 AD에 따르면 TL의 다음 목표는 단순히 아름다운 배경 제작을 넘어, 플레이어의 행동과 주변 환경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생태계 중심 월드'의 구현이다. 스킬에 따라 지형이 변하고, 기온이나 바람의 변화에 맞춰 고드름이 녹거나 식생이 달라지는 등 살아 움직이는 세계를 게임 속에 구현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TL의 이번 업데이트 '얼어붙은 경계: 닉스'는 단순히 새로운 지역의 추가가 아닌, '플레이어가 어떻게 체감하느냐'를 밀도있게 고민한 개발자의 발자취와도 같다.


김 AD의 설명을 듣고나니 닉스의 설원을 걸을때 느껴지는 공간감,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의 분위기, 권갑 한 방에 담긴 짜릿한 손맛까지 게임 속 디테일이 이전과 다르게 보인다.


사진 제공 = 엔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