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냉장고에서 '상하'라는 이름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유기농 우유와 요구르트부터 아이치즈, 과일퓨레, 쌀과자까지 제품도 다양하다.
'상하농원' 역시 익숙하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에서는 치즈와 소시지,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직접 먹거리를 만들거나 숙박시설에 머물며 농장을 둘러볼 수 있다.
최근 매일유업은 상하농원이 지닌 청정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제품 마케팅에 활용하며 '상하'를 사업 다각화의 한 축으로 키우고 있다.
상하목장과 상하치즈가 제품을 통해 신뢰를 쌓고, 상하농원은 '상하'가 품은 지역성과 먹거리 철학을 공간과 체험으로 전달하는 구조다.
지역과 함께 형성한 브랜드 이미지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성장은 고창 지역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며 지역 상생과 수익성 강화의 선순환을 이끄는 중이다.
매일유업이 치즈 제조 기반을 본격적으로 다지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말이다. 1989년 뉴질랜드 데어리보드와 합작계약을 맺고 1991년 한·뉴치즈공장을 준공했다.
이 과정에는 낙농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창업주 고(故) 김복용 선대회장의 '낙농보국'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원유 생산과 식품 가공 역량을 함께 키워 국내 낙농산업의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었다.
매일유업은 치즈 제조 역량을 축적한 데 이어 고창 상하면을 중심으로 '상하'의 지역적 기반을 다졌다. 2008년에는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와 요구르트를 출시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창업주의 철학은 김정완 회장 체제에서 공간으로 확장됐다. 매일유업은 2016년 고창에 상하농원을 열고, 지역 농축산물이 치즈와 소시지, 빵 등으로 가공되는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보고 체험하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소비자는 제품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원료와 제조 과정을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공방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파머스빌리지에서 머물 수도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와 만나는 시간을 마트의 몇 분에서 여행지의 하루로 늘린 셈이다.
실제 지역과 생산·체험 공간을 갖춘 상하는 먹거리의 '진짜 배경'을 보여준다. 오랜 제조 역량은 제품을 '제대로' 만드는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고창 상하면에서 이어온 역사와 상하농원의 체험 자산은 다른 브랜드가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상하만의 경쟁력이다.
최근 상하는 유기농 우유를 고르는 부모에서 영유아 간식을 찾는 가정, 간편한 단백질 식품을 찾는 성인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2026년 4월 상하목장 브랜드로 유기농 아이치즈와 과일퓨레, 배도라지즙, 유기농 쌀과자 등 영유아식 제품을 선보였고, 상하치즈에서는 슬라이스와 스낵, 후레쉬치즈로 구성한 프로틴치즈 7종을 출시했다.
상하목장이 축적한 신뢰를 새로운 제품군에 적용하면서 신규 브랜드를 처음부터 육성하는 부담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에서 생산된 우유 한 팩과 치즈 한 장에는 브랜드의 출발점과 생산 철학이 담겼다. 여기에 농장 체험과 여행이 더해지면서 상하는 매일유업의 사업 영역과 소비자 경험을 함께 넓히는 장기 성장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