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와 경제신문 기자들이 특정 종목을 미리 사들인 뒤 이를 부각하는 기사를 내보내 주가를 끌어올리고 되파는 방식으로 85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김태겸)는 29일 회계사 1명과 경제신문 기자 6명 등 모두 8명을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 회계사와 기자 3명은 구속기소됐다.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표이자 회계사인 A씨는 현직 기자들과 투자자들을 조직적으로 포섭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당은 거래량이 적거나 가격 변동 폭이 큰 중소형주와 테마주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범행 방식은 치밀했다. A씨가 특정 종목을 선정하고 기사 초안을 직접 작성해 기자들에게 전달하면, 기자들은 이를 언론사 기사로 송고했다. 일당은 기사 공개 전 해당 종목을 선매수한 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면서 매수세가 몰리자 주식을 처분하는 수법을 반복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기자 5명, 투자자 1명 등 7명은 2020년 10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4년8개월 동안 특징주 기사 1천800여건을 범행에 활용했다.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총 85억5천만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국의 서현재 국장은 "이들이 기사를 배포한 직후 614만개가 넘는 계좌에서 거래가 발생한 점이 확인됐다"며 "이번 사건이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A씨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난 기자 C씨와 함께 범행을 기획한 뒤 기사 1건당 3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기자들을 잇달아 포섭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기사 송고 대가로 기자 3명에게 각각 1억5천만원, 1억6천만원, 2천800만원이 지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현금 전달 과정에서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동원됐다. A씨는 자신 명의 체크카드를 기자들에게 건네 ATM 기기에서 직접 현금을 인출하도록 하거나, 헬스장 사물함에 현금을 넣어두고 가져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국장은 "종목이 선정되면 A씨가 직접 기사 초안을 쓰고, 매수세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제목을 투자자들이 오해할 수 있게 적었다"며 "A씨가 기사 제목을 바꾸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A씨 일당과는 별개로 경제신문 기자 B씨도 자신이 작성한 특징주 기사를 이용해 선행매매를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B씨는 2022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기사 보도 직전 해당 종목을 매수한 뒤 기사 공개로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수법을 340건에 걸쳐 반복했다. B씨는 이를 통해 약 7억4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까지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B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함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뒤 관련자들을 재조사하고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계좌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해 범행 구조를 구체적으로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A씨와 기자 C씨가 압수수색 직후 각각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해 법원의 추징보전명령을 회피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계좌 흐름을 추적해 이들이 매각대금으로 새로 매입한 부동산을 찾아내 추가로 추징보전하고, 나머지 금융자산도 동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박탈하겠다"며 "주식시장 교란 행태에 단호히 대응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