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최강의 인공지능(AI) '카타고'를 상대로 인간의 자존심을 건 최종 승부를 벌인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역사적 대결 이후 10년 만에 치러지는 인간과 AI의 공식 맞대결인 만큼 전 세계 바둑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21일 오전 10시 신진서 9단은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쎈수학·한경기신전' 최종 3국에 나선다.
AI에게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하는 접바둑 형태로 진행 중인 이번 대회에서 신 9단은 현재 1승 1패로 팽팽한 균형을 맞춘 상태다. 오늘 대국에서 이기면 시리즈 역전승과 함께 최종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출발은 불안했다. 신 9단은 지난 17일 열린 1국에서 카타고가 초반에 들고나온 변칙적인 행마에 말리며 완패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9일 2국에서 곧바로 반격에 성공했다.
초반부터 단단하고 두터운 수를 포석하며 안정적으로 판을 짠 것이 주효했다. 2국 승리는 단순히 스코어를 원점으로 돌린 것을 넘어 세계 일인자조차 까다로워하는 최강 AI를 상대로 자신의 기량이 통한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 9단 역시 "1국 완패 이후 승리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2국을 잡아내 뜻깊다"라며 "후반 끝내기 승부에는 자신이 있는 만큼 매 순간 철저한 형세 판단으로 치열하게 맞서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늘 치러질 마지막 3국의 성패는 결국 중반 백병전에서 갈릴 전망이다. 당초 신 9단은 "중앙에서 복잡한 전투가 벌어지면 AI를 상대로 승률이 떨어질 수 있어 최대한 싸움을 피하겠다"고 전략을 세웠으나, 정작 승리를 거둔 2국에서는 정반대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판세를 뒤집었다.
2국 당시 156번째 수로 카타고의 두터운 세력을 정면 돌파하는 강수를 둔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는 AI조차 예상하기 힘든 허를 찌른 한 수였고, 이후 카타고의 날카로운 반격을 차분하게 방어해 내며 승세를 굳혔다. 신 9단도 "중앙 전투를 밀리지 않고 잘 정리한 덕분에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중반 난전에서 주도권을 잡은 뒤 자신의 주특기인 정밀한 끝내기로 빈틈없이 판을 마무리했던 신 9단이 2국의 상승세를 몰아 최종전까지 삼킬 수 있을지, 인간과 AI의 10년 만의 대결은 이제 단 한 판의 승부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