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와 동물복지 전문가들이 동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인정하는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었을 때 보호자와 가족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6일 법무부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 베리타스홀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동물 관련 법제화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의 필요성 및 의의, 압류 과정에서 반려동물 취급 등 3가지 주제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현재 민법은 동물을 별도 법적 범주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동물에게도 '물건'에 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을 때, 이혼 시 귀속 분쟁이 발생했을 때, 강제집행이나 압류, 학대 등의 상황에서 동물을 단순 재산으로만 다루게 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법제연구원 장은혜 박사는 '동물 관련 법제화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발제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니다"라는 소극적 선언에서 벗어나 "생명과 감응력을 가진 존재"라는 적극적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동물에 대한 법률관계를 소유권 중심에서 보호·관리 책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재산적 귀속과 보호·관리 책임, 등록상 책임, 사육자 적격성을 구분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민법에 동물의 적극적 지위를 명시하고, '동물복지기본법'(가칭) 또는 '동물보호법'을 제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및 분야별 복지기준을 담당하는 이원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계정 교수는 '동물의 비물건화를 위한 민법 개정안 고찰' 발표에서 장기적으로 동물을 인간과 물건 사이의 제3자로 보면서 특정 사안에서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특히 동물이 다치거나 숨졌을 때 교환가치를 넘어서는 치료비를 배상하도록 하고, 가족 등 주변인이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민법 개정안 특칙을 제시했다.
동물자유연대 한재언 감사는 "민사집행 실무에서 반려동물 압류가 심리적 압박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며 "민사집행법에 반려동물 압류금지 조문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검토해 생명 존중 가치가 법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2021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