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기탁금 인상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제안했다. 현직 대통령이 소속 정당의 당직 선거 규칙에 직접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 기탁금을 1억원, 최고위원 후보 기탁금을 5천만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2024년 당시 기탁금은 각각 4천만원과 1천500만원이었다. 원외 청년 후보에게는 50% 감면 혜택을 주지만, 실제로 내야 하는 금액은 이전보다 대폭 늘어났다.
19일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당 지도부 선거에서 기탁금이 대폭 상향되고 특히 청년 후보의 기탁금은 몇 배로 늘어나 청년 후보들이 힘들어한다니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돈 때문에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부정부패의 유인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을 언급하며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님의 '돈 안 드는 선거' 개혁이 없었다면 저도 정치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치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돈 안 드는 선거 즉 선거공영제 도입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 자신이 민주당 대표 시절 기탁금 폐지를 추진했다가 후보 난립 방지를 위해 대폭 인하하는 선에서 합의했던 경험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원외 청년 후보들의 어려움에 주목했다. 그는 "현직 국회의원들이야 보수에 정치자금까지 있으니 그나마 부담이 적겠지만 원외, 특히 청년들은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며, "당의 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청년들의 어려움과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도 있으니 가능하다면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걸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청년기에 돈 없는 서러움을 안고 무수한 도전으로 기득권의 벽을 넘어온 선배로서 청년 후보들을 위해 그들의 후원 계좌 홍보라도 해 주고 싶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당무 개입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현행법과 당헌 당규상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소속 정당의 당무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게 돼 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당헌은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재임 기간 동안 당론 결정에 참여할 권한과 강론을 이행할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일부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김민석 전 총리는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16일부터 기탁금 인상 문제를 계속 지적해왔으며, 원외 청년 후보로 출마한 정민철 정책위 부의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성 정치인과 원외 청년 후보 간의 후원금 격차를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는 총 1억원, 최고위원 후보는 5천만원을 내야 하며, 원외 청년 후보에게는 50%를 감면해주더라도 각각 5천만원과 2천5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기탁금은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반환되지 않는다.
이번 기탁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 진입 장벽과 세대교체, 당내 민주주의 등 여러 쟁점을 건드리고 있어, 현직 대통령의 공개 발언으로 민주당 내부에서 기탁금 재조정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