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 성과급' 제도와 관련해 조건부 입장을 밝혔다. 성과급 제도가 이해관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변경을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실제 문제가 발생했는지 판단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18일 최 회장은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SK그룹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초과이익분배금 지급 상한을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반도체 호황으로 성과급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협력사와 다른 기업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재계에서는 이 제도가 다른 기업의 'N% 성과급' 요구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구성원에게 가능한 많은 행복을 주고 싶지만 단서가 있다"며 "이해관계자와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것으로, 구성원의 행복이 이해관계자를 침해한다면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그 문제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라는 걸 만들다 보면 어떤 이상한 상황이 마주칠 수가 항상 있고, 그걸 잘 소화해 나가는 게 현명한 집단"이라며 "누구도 돈을 이렇게 벌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시점에서 제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사람이 싫어하면 정말 문제지만 그렇게까지 보진 않는다"며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과 호남 지역 반도체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필요한 인프라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에 필요한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다른 곳은 저희도 못 찾고 있다"며 "인프라는 정부나 지자체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고 이것을 잘해 주시면 우리는 거기다 짓겠다는 단순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공장 건설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는 "12년을 당기겠다고 이야기했으니까 말이 좋아서 그렇지 45년까지 짓겠다는 걸 12년을 당긴다는 건 저희 내부에서도 이걸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의 '속도전'을 위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관련해서는 근로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 회장은 "사업주는 52시간제를 지켜야겠지만 근로자가 더 하겠다면 하게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지 않나. 자유의지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듭 강조했다. 상속세 제도와 관련해 최 회장은 "상속세뿐만 아니라 과거 고성장 시대 제도를 아직도 똑같이 갖고 있다"며 "이제 저성장으로 들어왔고 성장이 필요하다면서도 성장하는 기업을 도와주는 제도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제도는 작은 기업은 좋아져야 하고 가난하면 뭔가 줘야 하고 부자는 증세를 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중견기업이 더 이상 커지려고 하지 않는다. 기업이 성장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 성장 동력과 동기가 어디서 나오나"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성장이 돼야 분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며 성장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가 제안한 인공지능(AI) 초과이익 배분론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 회장은 "저희가 내는 세금으로 정부가 알아서 하는 데는 아무 토를 달 이유가 없다"면서도 "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지만,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개념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최근 실적 개선이 제조업 자체의 경쟁력 향상보다는 AI 시장 성장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트렌드에 올라타 수요가 늘어났다. 제조업 경쟁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장이 커져서 덩달아 돈을 버는 것"이라며 "아직은 AI로 생산력을 올리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사업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꼽았다. SK하이닉스가 한때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데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고쳐야 할 것 중 하나가 1등, 2등 따지는 것"이라며 "전혀 감회는 없었다. 주가야 왔다 갔다 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