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여고생 목숨 앗아간 '은마아파트 화재'... 무자격자 '쥐꼬리 접속' 부실 시공 확인됐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해 고등학생 1명이 숨진 화재 사고가 인테리어 공사 중 무자격자의 부실 전기 시공에서 비롯됐다는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안전 점검 없이 임의로 전선을 연결하는 등 시공 결함이 화재의 도화선이 됐을 가능성이 전면에 대두됐다.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강남소방서가 작성한 167쪽 분량의 화재조사 보고서에서 조사팀은 발화 원인을 최종 '미상'으로 분류했다. 다만, 조사팀은 이사 직전 시행된 인테리어 전기공사 과정에서의 부실 시공이 화재를 유발한 전기적 요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8분쯤 발생한 화재로 1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2026.2.24 / 뉴스1


사고는 지난 2월 24일 오전 주방에서 시작된 불이 집 전체로 번지면서 발생했다. 이 화재로 대치동 이사 닷새 만에 고등학생 딸이 사망했고, 함께 있던 가족 2명도 얼굴 등에 중화상을 입었다.


유족 김 모 씨는 "딸의 학업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하며 인테리어를 마친 집을 선택했으나 새집에서 참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화재의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주방 천장 내부에서는 전선 피복을 벗겨 구리선을 꼬아놓은 뒤 절연테이프로 마감하는 '쥐꼬리 접속'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이는 전용 커넥터를 쓰는 일반 시공법에 비해 접촉 저항이 커 발열 위험이 높은 방식이다.


조사팀은 "접속부 강도가 약해지고 저항이 증가해 열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배선 손상이나 접속 불량 등 시공 결함에 따른 발화 가능성을 짚었다. 당시 공사는 내력벽을 철거하고 조명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존 배선을 약 1~1.2m 연장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뉴스1


조사 결과 전기 배선 작업을 맡은 인력들은 관련 자격증이나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였다. 이들은 전선을 보호하는 관을 씌우지 않았고, 새 전선과 노후 전선을 혼용해 시공했다.


게다가 해당 전기공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신고 절차도 누락됐다. 공사계획서에는 난방, 수도, 도배 등만 기재됐을 뿐 전기공사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업체 대표는 "실수로 적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조사팀은 무자격자 시공을 차단하기 위해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전기공사 면허 확인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노후 아파트의 전기 안전 과제를 남긴 은마아파트는 이달 2일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