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이나 소득 수준 대신 오직 산행 실적만으로 수혜자를 가리는 이색 장학금이 대학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새로 도입한 '미산 개척자 장학금' 신청을 마감한 결과, 당초 목표했던 150명 모집에 6배가 넘는 978명이 대거 몰려 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오늘(18일) 발표했다. 여름방학 기간임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원이 몰리자, 장학금을 쾌척한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회장은 선발 규모를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린 350명으로 전격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 장학금의 선발 기준은 파격적이다. 성적이나 가계 곤란도 등 기존 장학금의 필수 조건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산을 얼마나 올랐는지만 확인한다.
최종 선발된 학생들은 내년 1월까지 영남알프스 일대의 주요 봉우리와 설악산 등 대학이 지정한 국내 명산을 등반한 뒤, 인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완등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활동 기간 내에 6회 이상 정상을 밟으면 70만 원, 3회에서 5회 사이를 완등하면 30만 원의 장학금을 차등 지급받는다.
UNIST는 지난 13일 권 회장과 박종래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5억 원 규모의 장학기금 기탁식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험난한 산행을 통과하며 체력을 다지는 것은 물론,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 정신과 성취감, 나아가 동료들과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장학금 명칭인 '미산'은 권 회장 선친의 호에서 빌려왔다. 선친의 생전 가치관이었던 근검절약과 인내, 나눔의 미덕을 인재 양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장학 사업은 올해 상반기 학교 측의 기부 제안을 권 회장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권 회장은 교육과 복지 취약계층을 위해 지금까지 128억 원이 넘는 금액을 사회에 환원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KAIST에도 동일한 방식의 등산 장학금을 개설해 화제를 모았다.
기금 자산은 5억 원의 원금을 그대로 보존한 채 펀드 운용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만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원금 보존형 펀드 기반 유언대용신탁'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산의 핵심 원금을 건드리지 않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장학 사업 유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권 회장은 "산을 오르는 일은 공부와 닮았다. 한 걸음씩 꾸준히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UNIST 학생들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더 큰 세상에 도전하는 힘을 얻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박종래 UNIST 총장 역시 "학생들이 도전과 성취를 경험하며 더 큰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적 실천"이라며 "UNIST의 개척자 정신을 담은 대표 장학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