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완성차 생산시설, 부품 조달, 고용 창출 등 국내 산업 기여도를 종합 평가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결정한다.
연구개발 투자와 사후관리 역량뿐 아니라 국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보조금 제도와 직접 연계해 국내 전기차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시설과 고용 기반이 없는 테슬라와 중국 BYD를 비롯한 주요 수입 전기차 업체의 보조금 지급 규모가 줄거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기준'을 확정하고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앞으로는 새 평가기준을 통과한 제작·수입사만 정부 전기차 보급사업에 참여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새 평가기준은 총점 100점 만점으로 기술개발 역량 10점, 공급망 기여도 40점, 환경정책 대응 15점, 사후관리·지속성 20점, 안전관리 15점 등 5개 분야 13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려면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인 공급망 기여도 항목은 배점이 가장 높다.
국내 완성차 생산시설 운영 여부 10점, 국내 부품업체와의 공동 연구개발 등 부품산업 전환 기여 10점, 국내 부품 조달 비중을 평가하는 지역 공급망 안정성 기여 10점, 국내 사업장의 고용 창출 효과 10점을 각각 평가한다.
국내 생산시설과 부품 조달, 고용에 기여하는 기업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수입차 업체들의 보조금 진입 문턱이 높아지는 동시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투자와 국내 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기술개발 역량은 해외 본사가 보유한 연구개발 투자 실적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사후관리·지속성은 전국 단위 정비망과 부품 공급 체계, 사업 지속성 등을 평가한다.
환경정책 대응에서는 제조 과정의 탄소배출과 자원순환 체계를 반영하고 안전관리에서는 전기차 화재 대응과 사이버보안 역량 등을 점검한다.
테슬라는 2017년부터 국내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어 해외 본사 실적이 인정되는 연구개발 투자 분야와 전국 서비스센터를 기반으로 한 사후관리·지속성 항목에서는 일정 수준의 점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국내 완성차 생산시설이 없고 국내 고용 규모도 제한적인 만큼 가장 높은 배점인 공급망 기여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최종 평가 결과에 따라 보조금 지급 규모가 크게 줄거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테슬라의 주력 차종인 모델Y는 지역에 따라 국고와 지방비를 합쳐 약 5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받고 있어, 보조금이 줄거나 제외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 BYD 역시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데다 한국 시장 진출 1년 차인 만큼 공급망 기여도와 보급사업 지속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생산기지와 고용 기반을 갖추고 국내 부품 사용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셈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투자와 공급망 확대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국내 전기차 시장 경쟁력의 새로운 변수로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