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8일(월)

"2050년 재앙, 내년에 온다"... 태평양 깊은 곳서 끓어오르는 '역대급 폭염 괴물'

기상 역사에 기록될 '기후 괴물'이 태평양 깊은 곳에서 조용히 태동하고 있으며 그 위력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2026년 5월 세계적인 주요 기후 기관인 중국 국가기후센터, 미국 해양대기청(NOAA), 세계기상기구(WMO)는 일제히 예측을 갱신하며 인류가 마주할 거대한 변화에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새로운 엘니뇨 현상이 형성 중이며 이르면 5월에 확립돼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전 세계 기후를 지배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제 초점은 엘니뇨의 발생 여부가 아니라 과연 이 기후 현상이 얼마나 강력하게 지구를 강타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봄부터 시작된 적도 태평양 해역의 변화는 기상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국가기후센터의 모니터링 결과 적도 중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올해 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가기후센터는 공식 발표를 통해 "올해 5월 엘니뇨 상태에 진입해 여름과 가을철 사이에 중간 강도 이상의 엘니뇨 이벤트가 형성될 것이며 가을과 겨울철에는 정점에 달해 강한 엘니뇨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세계기상기구의 5~7월 예측 역시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중 모델 앙상블 평균에 따른 '니뇨 3.4 지수'는 이 기간 1.5°C까지 빠르게 근접할 전망이다.


각 기후 모델들이 보여주는 높은 일치성은 이번 엘니뇨 발생에 대한 과학계의 강한 확신을 반영하며 향후 위력이 더욱 증폭될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이 발표한 최신 예보에 따르면 5~7월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은 82%에 달하며 2026~2027년 북반구 겨울철까지 지속될 확률은 96%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해양대기청 기후예측센터의 미셸 레흐 박사는 "11월부터 1월 사이에 강하거나 매우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이 3분의 2에 달하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이보다 약한 강도에 그칠 확률도 존재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덧붙였다.


현재 전 세계의 이목은 이번 기후 현상이 '슈퍼 엘니뇨'로 진화할지 여부에 쏠렸다. 중국 기상청의 국가 기준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 편차의 최댓값이 2.0°C 이상일 때 '강한 이벤트', 2.5°C 이상일 때 '초강력 이벤트'로 규정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5월 초 기준 핵심 해역의 해수면 온도 지수는 이미 +0.81°C를 기록하며 심상치 않은 출발을 알렸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모델 예측은 더욱 극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중동부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이상 수치가 오는 11월에는 무려 3°C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기후센터도 "9~10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C 이상 높아져 연말을 전후해 강한 엘니뇨 이벤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와이 대학교 마노아 캠퍼스의 연구진은 해수면 온도와 해수면 높이 데이터만을 활용해 올해 말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이상 폭이 평년보다 2°C 이상 높아질 것이라는 신호를 약 15개월 전에 이미 포착했다.


다만 미국 해양대기청과 세계기상기구는 '슈퍼 엘니뇨'라는 비공식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현재 단계에서 '초강력 엘니뇨'로 발전할 확률은 약 37%로 평가한다. 기상학자들은 봄철 기후 예측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른바 '봄철 예측 장벽' 구간을 지나고 있어 몇 주 뒤 이 시기를 벗어나면 향후 이동 경로와 최종 위력이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다.


강도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든 올해 여름철 홍수기와 기상 이변에 미칠 파급력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중국 국가기후센터가 밝힌 위험 지도는 매우 구체적이다. 첫 번째 타격은 남북 지역을 동시에 덮칠 대홍수다.


엘니뇨의 급격한 발달로 동부 지역에는 남북으로 두 개의 다우대가 형성되면서 양쯔강 이남은 물론 동북과 화북 지방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쑹랴오강, 하이허, 황허 하류, 주장강 유역 등에 심각한 홍수 위험이 예고됐다.


두 번째 타격은 역대급 고온 현상과 여름 가뭄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화둥 남부, 화중 남부, 시난 지역 동부 등은 한여름 폭염과 가뭄이 겹쳐 평균 폭염 일수가 27일에서 32일에 달할 전망이다.


허난 남부와 안후이 대부분 지역, 후베이, 후난 북부, 충칭 등은 기온이 평년보다 2~3℃나 치솟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기후센터는 전력 부하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여름철 에너지 공급 대책을 마련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세 번째 타격은 더 빨라지고 강해진 태풍이다. 엘니뇨가 태평양 중동부 해역을 데우면서 태풍의 발생 위치가 동쪽으로 치우치게 되며 태풍이 긴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따뜻한 바다로부터 엄청난 열량을 흡수해 위력이 배가된다. 올해는 한반도와 주변국으로 북상해 심각한 타격을 주는 강한 태풍의 활동 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에든버러 대학교의 기후시스템과학 전문가 가브리엘 헤겔 교수는 다가오는 기후 괴물에 대해 인류가 원래 2035년이나 2050년에나 경험할 것으로 예상했던 기후 현상을 수십 년 앞당겨 목격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울한 진단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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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후센터의 천리쥐안 수석 예보관은 "엘니뇨의 발생은 적도 중동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대규모 상승을 동반하며 지구 온난화라는 배경과 맞물려 전 세계 평균 기온을 눈에 띄게 끌어올리지만 그 온난화 효과는 대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온도계가 마주할 진짜 충격의 정점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인 2027년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위원회(IPCC)의 평가 및 최근 네이처지의 보도와도 궤를 같이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도 태평양 상공의 무역풍은 약해지고 있으며 거대한 온수 덩어리는 천천히 동쪽으로 역류하고 있다. 과거 최악의 기후 재앙을 부른 2015~2016년의 위력을 넘어설지도 모를 엘니뇨가 지구를 미지의 열적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