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4일(월)

"월드컵에 이란 빼고 이탈리아 넣자" 美 제안에... 이탈리아 "모욕적, 수치스러운 발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이란 대신 이탈리아를 출전시키자고 제안하자, 이탈리아 정부와 체육계가 "모욕적"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파트너십' 특사인 이탈리아계 미국인 파올로 잠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에게 이탈리아의 월드컵 대체 출전을 건의했다.


잠폴리는 "이탈리아는 네 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팀이며,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월드컵이나 이탈리아 축구와는 공식적인 관련이 없는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3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대 이탈리아의 2026 FIFA 월드컵 유럽 예선 토너먼트 플레이오프가 열렸다 / GettyimagesKorea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이 제안에 대해 냉랭한 반응이 쏟아졌다. 루치아노 부온피글리오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CONI) 회장은 "첫째로 불가능한 일이고, 둘째로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월드컵 출전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안드레아 아보디 스포츠부 장관 역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적절하지 않다"며 "출전 자격은 경기장에서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잔카를로 조르제티 경제부 장관은 "수치스러운 발상"이라고 직격했다.


축구계 인사들도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대표팀 감독 출신인 잔니 데 비아시는 "설령 이란이 빠지더라도 같은 예선 조에서 다음 순위 팀이 참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탈리아가 이런 문제에서 트럼프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는 최근 3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정치적 개입을 통해 출전 기회를 얻는 것은 국가대표팀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국제축구계도 스포츠 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스페인 축구협회 회장이자 국제선수협회(FIFPro) 전 회장인 다비드 아간소는 "월드컵 출전은 스포츠적 실력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 모든 이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2026년 3월 31일: (왼쪽부터) 이탈리아 스포츠부 장관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축구협회(CONI) 회장 루치아노 부온피글리오, 이탈리아 축구협회(FIGC) 회장 가브리엘레 그라비나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이탈리아의 2026 FIFA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를 앞두고 빌리노 폴례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관람GettyimagesKorea


FIFA 측 역시 이란의 월드컵 참가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이란 대표팀은 반드시 대회에 참가해야 하며, 스포츠는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까지 이란이 월드컵 본선 출전을 포기하거나 출전 금지 조치를 받을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란 축구협회는 "대표팀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당국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FIFA 규정에 따르면 공석이 생길 경우 대체 팀 선정 권한은 FIFA가 갖지만, 일반적으로는 같은 대륙 예선 체계 내 차순위 팀이 우선 검토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탈리아의 대체 출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공동 개최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은 6월 11일 개막 예정이며, 이란은 4일 뒤인 6월 1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질랜드와 첫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