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청 여성 간부 공무원 8명이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에서 구청장의 백댄서 역할을 하기 위해 공무 목적의 출장을 신청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광주 북구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2시 동강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KBS 전국노래자랑 '광주 북구편' 녹화에서 문인 구청장이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를 부르는 동안 북구청 국·과장급 여성 공무원 8명이 무대에 올라 백댄서 역할을 했습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이들은 문 구청장이 노래하는 내내 그의 뒤에 서서 응원도구를 흔들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MBC 보도에 의하면 당초 10명이 연습에 참여했지만, 안전상의 우려로 제작진이 만류해 8명만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녹화에는 구청장과 북구의회 의원들, 주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논란이 된 건 이들이 평일에 열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공무 목적의 출장 신청을 냈다는 점입니다. 무대에 오른 자치행정국장, 가족복지국장, 보건소장, 주민자치과장, 체육관광과장, 오치1동장, 동림동장, 중흥동장 등 8명은 모두 녹화 당일 출장을 신청했고, 자치행정국장과 주민자치과장은 사전 논의를 위해 전날에도 출장을 냈습니다.
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무원들을 들러리 삼아 다른 공무원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렸다"며 "자발적 참여라고 해도 이를 용인한 구청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백댄서 역할을 위해 공무수행 출장 처리한 것은 명백한 세금낭비"라며 "자발이라는 말로 여성 간부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행태는 성인지감수성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문인 구청장은 관련 입장문을 내고 "주민들에게 심려를 끼치고 조직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출장 신청은 직원들의 개별적 판단으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전 연습을 하거나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여성 간부 공무원들만 참여해 제기된 우려의 목소리는 겸허하게 받아들여 세심히 살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대에 오른 간부 공무원도 "구청장이 들러리 역할을 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며 "예기치 못하게 다른 공무원들에게 피해를 줘 송구하다"고 전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KBS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국노래자랑' 광주 북구 편 녹화 당시 '광주 북구청장의 노래 공연'에서 공무원을 백댄서로 동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KBS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측은 "'전국노래자랑'은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녹화 전 또는 쉬는 시간에 해당 지자체를 대표하는 지자체장이 지역민을 위해 인사하는 자리를 갖는 것을 통상적인 관례로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시간에 지자체장이 지역을 홍보하거나 주민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뿐, 제작진이 그 형식에 상관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논란이 된 무대는 방송용이 아니며, 녹화 또한 되지 않는다"며 "내년 2월 15일 예정된 광주 북구 편 방송에서 논란이 된 광주 북구청장의 공연은 방영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KBS 측은 당시 해당 무대에 오른 백댄서들이 공무원인지 여부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공무원들의 출장 결재 여부 역시 제작진이 확인할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북구에서는 2022년에도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여성 공무원과 여성 구의회 의원이 구청장의 백댄서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