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가운데 29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식 집계되지 않은 160번째 희생자가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김한주 일병(21세)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현장에 있었으나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김 일병의 아버지는 "똑같이 생겼네요. 잘 생겼죠. 저보다. 착했어요. 학교 다닐 때 싸우는 것도 한 번도 없었고"라며 아들을 회상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김 일병은 말수가 적고 순한 성격의 청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집 갔다가 학교 갔다가 공부만 하는 애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참사 당일 여자친구와 이태원에 갔던 김 일병이 혼자 살아 나와 괴로워했다는 사실은 가족들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2023년 8월 입대한 김 일병은 군 생활 중에도 여자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병영상담 일지에는 이러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여자친구가 그렇게 되어서 많이 힘들었다, 군 생활 하는 데도 좀 지장이 있어서 정신과 치료도 받고 상담도 하고"라고 전했습니다.
2023년 11월 5일, 김 일병의 첫 휴가날이었던 이날 가족들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군부대에서 전화가 왔는데 '애가 아프다' 그렇게 들었다. 차를 급하게 몰고 올라갔다. 아픈 게 아니고, 애가 좀 잘못된 것 같다, 그 얘기를 듣고... 집사람은 거의 실신 단계고. 꿈인 줄 알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모든 흔적을 불태웠고, 한 줌의 재마저 바다에 버렸습니다.
현재 남은 것은 아버지 지갑 속 사진 한 장이 전부입니다. 아버지가 기억하는 유서의 마지막 문장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였습니다.
아버지는 "지금 계속 있었으면 아빠 따라 낚시도 다니고 좋았을 건데"라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와 생존자 죄책감이 결국 또 한 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한편, 참사 3주기 당일인 29일 오전 10시 29분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북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이 열렸습니다. 정부 공식 초청으로 이뤄지는 이번 기억식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국내외 유가족 300여 명과 지난 24일 입국한 12개국의 외국인 참사 희생자 유가족 46명이 참여했습니다.
기억식은 오전 10시 29분 서울 전역에 울리는 1분간의 추모 사이렌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APEC 정상회의 주재로 참석하지 못한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참사 유가족과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며 고개 숙인 이 대통령은 "그날, 국가는 없었다"며 "지켜야 했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막을 수 있던 희생을 막지 못했다. 사전 대비도, 사후 대응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가가 또다시 등 돌리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며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국민의 생명이 존중받는 나라,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