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5주기를 앞두고, 삼성 안팎에서 추모 행사가 잇따라 열립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를 기리는 추모 음악회를 개최합니다. 음악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열린 4주기 추모 음악회에도 유족과 삼성 사장단이 함께했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등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올해 역시 별도의 공식 행사는 없지만, 고인의 경영 철학과 신념을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선대회장의 기일 하루 전인 24일에는 경기 수원 선영에서 5주기 추도식이 진행됩니다. 추도식에는 유족과 삼성 사장단이 참석해 조용히 고인을 추모할 예정입니다.
이어 이재용 회장과 주요 경영진은 용인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오찬을 함께하며, 그룹의 향후 경영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회장이 사장단을 상대로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됩니다. 이 회장은 2022년 추도식에서도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3주기 때는 신경영 30주년과 맞물려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렸지만, 작년부터는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과 정신을 되새기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뒤 글로벌 무대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테슬라와 애플 등과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오픈AI 샘 올트먼 CEO와 만나 AI 메모리 공급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엔비디아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서도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은 HBM4 개발에서 승부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리 부문에서 수익을 확보하면서 파운드리 적자를 줄여가는 것이 목표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이건희 선대회장은 1987년 부친 이병철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2대 회장에 올랐습니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2014년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간 병석에 머물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