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8일(토)

세계 1위 코인 거래소의 한국 재진출... '위기' 찾아온 업비트, 잘 버틸 수 있나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하며 한국 시장 재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최종 승인이 떨어지자 업계에서는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실제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위기보다는 오히려 업비트의 '국내형 완성도'가 다시 한 번 검증되는 시점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업비트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에 있지 않습니다.


오경석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대표 / 사진제공=두나무


업비트의 UX·UI는 보기 좋은 수준을 넘어, 한국 투자자들의 심리와 매매 패턴에 맞춘 정교한 설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초보자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뉴 구조, 폭주하는 트래픽에도 끄떡없는 서버 안정성, 그리고 카카오·토스 등 국민 앱과의 완벽한 연동까지.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국내 투자자들에게 '익숙함' 이상의 신뢰를 줬습니다. 글로벌 거래소들이 아무리 자본을 앞세워 진입하더라도, 단순한 번역이나 로컬화 수준으로는 이 생태계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와 코인마켓캡에서도 업비트는 '사용 편의성 기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바이낸스의 강점은 분명 풍부한 유동성과 상품 다양성입니다. 전 세계 거래량의 40%를 차지하며, 400개가 넘는 코인을 상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장점이 크게 제약됩니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선물·레버리지·파생상품은 모두 금지돼 있고, 남는 것은 현물 거래뿐입니다. 현물 시장만 놓고 보면 업비트의 원화 마켓은 이미 독점에 가깝습니다. 


사진제공=두나무


여기에 한국 투자자들이 여전히 원화 거래를 선호한다는 점도 바이낸스 입장에서는 장애물입니다. 고팍스가 전북은행과 제휴해 실명계좌를 운영 중이지만, 대형 시중은행과의 협력이 없이는 대중적 접근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팍스의 브랜드 신뢰도와 사용자 기반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한때 기술력으로 주목받았지만, 예탁금 규모·회원 수·거래량 모두 업비트의 1% 수준에 그칩니다. 여기에 국내 은행권 협약력도 약해 전북은행 외에는 확장성이 제한적입니다. 


결국 바이낸스라는 글로벌 이름값만으로는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 시장에서 신뢰의 기준은 '편리함·안정성·접근성'의 조합이며, 이는 현재 업비트가 가장 잘 갖춘 영역입니다.


결국 바이낸스의 등장은 시장 교란 요인으로서 일정 부분 압박을 줄 수는 있어도, 대체 세력으로 자리 잡기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해 보입니다. 업비트의 점유율을 흔들기보다는 수수료 인하 경쟁, 신규 코인 상장 경쟁, UI 혁신 압박 등 시장 전체의 질적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비트 내부도 안정적입니다. 최근 대표 교체 이후 조직은 '리스크 관리형 경영' 기조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정부와 FIU의 시선을 의식해, 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해외 연계 상품이나 모호한 상장 절차를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내부에서는 "우리의 적은 다른 거래소가 아니라, 규제 리스크"라는 말이 공공연합니다. 시장을 키우되 사고(?)는 치지 않는, 이른바 '조용하지만 효율적인 1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셈입니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창업자 / Twitter 'cz_binance'


업비트는 이미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다른 거래소들이 업비트의 UI·API·호가 체계를 그대로 벤치마킹할 정도입니다. 실명계좌 운영, 보안, 모바일 UX, 트래픽 관리까지 모든 면에서 독보적입니다.


즉, 지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지적받던 상장 투명성과 시장 독점 논란만 해소한다면, 바이낸스가 끼어들 틈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FIU 역시 국내에서 관리 가능한 안정적인 리더를 선호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업비트가 현 기조를 유지하고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한다면, 세계 1위 바이낸스의 재진입은 업비트에게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단련할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습니다.


FIU가 '오더북(호가창) 공유'를 허용할 경우, 국내 투자자는 고팍스를 통해 바이낸스의 글로벌 유동성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경우 업비트의 독보적 거래 편의성과 바이낸스의 막대한 유동성이 균형을 이루며, 시장 구도가 일시적으로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오더북 공유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금융당국이 해당 기능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외국 자본에 예외적 접근 권한을 허용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업비트 / 뉴스1


결국 바이낸스의 재진입은 업비트의 시장 지배력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기보다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