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월 1000만원 벌 수 있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한국 청년들을 유혹하는 수법

캄보디아 고수익 취업 사기의 충격적 실상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오창수 씨는 13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 청년들이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유혹에 빠지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오 선교사는 "여기 오는 대부분의 우리나라의 젊은 친구들은 한국에 변변한 직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데 당해서 오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범죄조직의 모집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고 오 선교사는 전했습니다.


뉴스1


"국내서 관련 보도가 많이 되다보니 현지 모집책들도 이제는 지능화됐다"면서 "최근에는 '캄보디아까지 서류만 좀 운송해 주시면 얼마를 드리겠다' 아니면 '캄보디아에 같이 여행 갈 사람 구한다, 비행기표나 여행 경비는 제가 대겠다'는 식으로 유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공항 도착 즉시 시작되는 납치와 감금


오 선교사는 피해자들이 겪는 끔찍한 상황에 대해서도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고수익 알바로 유혹당해서 오지만 캄보디아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중국 조직원이 포함된 일당들이 봉고차에 태워 구타하고 여권과 휴대폰을 탈취한 후 범죄단지로 끌고 간다"면서 "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지키는 거대한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20대 한국인 대학생 A 씨의 경우 극심한 폭행을 당한 후 걷거나 숨을 쉬지 못한 상태였으며,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사망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A 씨와 같은 장소에 감금돼 있다가 구조된 B 씨가 이같이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캄보디아 경찰


박 의원은 "A 씨의 사망증명서에는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이 사망 원인으로 기재돼 있었다"며 "현지 사법 절차로 인해 시신의 국내 송환이 지연되고 있으며, 한국과 캄보디아 정부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이은 구조 작전과 추가 피해 사례


A 씨가 숨진 다음 날인 8월 9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인근 범죄조직 단지에서 박찬대 의원실·외교부·정보기관·영사관 등의 공조로 14명의 한국인이 구조됐습니다.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또 다른 피해자 두 명도 지난 2일 박찬대 의원실 도움으로 구조됐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달 12일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구조 요청을 접수한 후 외교부에 긴급 연락을 취하고 국회 공문으로 긴급 구조 요청을 발송했다"며 "이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웬치 지역에 감금된 한국인 두 명을 지난 2일 현지 경찰과 함께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의원은 이번 사건이 고수익 해외취업을 미끼로 한 사기에서 비롯돼, 감금과 폭행·보이스피싱 강요로까지 이어진 국제범죄 피해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드라마로 재현된 범죄조직의 실상


'고수익 해외취업'을 미끼로 청년들을 속여 범죄단지로 팔아넘기고 피싱을 강요하는 범죄 조직의 행각은 최근 방영된 드라마로도 상세히 묘사됐습니다.


드라맥스x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단죄'에는 범죄조직 일성파 김사장이 브로커를 통해 월 800만~1500만원 고수익 취업이라고 청년들을 유혹하고,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고문을 시작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드라마 속 조직들은 '공무원 사칭 보이스피싱'을 강요하다 도망치려는 이들을 붙잡아 고문을 하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조직은 "매출을 채워야 돌려 보내준다"며 인간을 상품화된 숫자로 취급합니다.


제작사인 타이거스튜디오 김영섭 대표는 "'단죄'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인간을 도구로 쓰는 '시스템 범죄'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회 스릴러다"라며 "그것은 기술, 자본, 인간이 한데 얽힌 21세기형 노예시장의 모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드라마는 픽션이긴 하지만 캄보디아 일련의 범죄들은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우리 청년들이 해외 고수익 채용이라는 말에 절대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고 경각심을 당부했습니다.


지연되는 시신 송환과 계속되는 피해


A씨는 지난 8월 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르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지난 7월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캄보디아 경찰은 부검에 앞서 진행한 검안에서 A씨의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캄보디아 당국과 조율해 본청과 경북경찰청 수사관 등을 현지에 보내 부검에 합류시킬 계획입니다. 하지만 A씨의 시신은 2개월 넘게 국내로 송환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시신 인도와 장례 절차는 캄보디아 경찰 등의 수사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 살해 사건과 연루된 용의자 중 일부가 검거된 가운데 상주에서도 캄보디아로 출국한 30대 남성이 범죄조직에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로 출국한 30대 C씨와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 신고가 지난 8월22일 접수됐습니다.


C씨는 지난 8월19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출국 이후 연락이 끊겼던 C씨는 닷새 뒤인 24일 텔레그램 영상 통화로 가족에게 "2000만원을 보내주면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한 뒤 다시 연락이 끊겼습니다.


당국의 대응 방안과 한계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캄보디아는 다른 동남아국에 비해 경찰 간 협조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외교부 등 관계 당국과 협조해서 계속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음 주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의 양자 회담에서 캄보디아 내 코리안 데스크 설치 및 현지 경찰의 강력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캄보디아 관계 당국과의 업무협약(MOU) 체결, 인력 파견 규모 논의 등이 필요해 코리안 데스크가 단기간에 설치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