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행세 39년, 신도 세뇌로 이어진 충격적 살인 사건
39년간 무당 행세를 하며 신도들을 세뇌해온 80세 여성 심모씨의 충격적인 범행이 법정에서 밝혀졌습니다.
지난달 25일 인천지법 형사16부(부장판사 윤이진)는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심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8일 공개된 판결문에는 해당 사건의 전말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는데요.
심씨는 1986년부터 '신내림'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전남 함평군에 신당을 차린 심씨는 신도들에게 각자의 죄를 고백하고 굿을 통해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심씨는 신이 빙의된 것처럼 행동하며 신도들의 전생을 언급하고, "굿이나 공양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공양비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동생 A씨에게는 "네 딸이 전생에 아빠와 연인이었기 때문에 엄마를 원망하고 죽이려 한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수년간 수천만 원의 공양비를 갈취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부른 더 큰 범행
심씨의 요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졌습니다.
제주도에서 4남매와 함께 운영하던 식당의 수익이 악화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출 원금이 16억 원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월 800만 원 이상의 이자 부담에 시달리던 심씨는 2023년 8월부터 '종교의식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최대 1억 원의 공양비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심씨는 동생 A씨의 식당까지 손을 뻗쳤습니다.
A씨에게 "전생에서 부친과 연인이었던 네 딸이 미워하고 죽이려는 마음이 있으니 식당을 떠나면 딸을 잘 보살피겠다"며 울릉도로 이사하도록 강요했고, 상대적으로 부채가 적은 A씨의 딸 B씨(35)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잔혹한 살인으로 이어진 세뇌
B씨는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다 지난해 여름 술을 마시고 식당을 뛰쳐나가 길거리에 쓰러지는 일이 있었고, 9월부터는 식당 수익을 심씨에게 보내지 않고 직접 운영비를 지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심씨는 B씨에게 "전생에 낙태한 적이 있어 그 혼령이 식당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거나 "모친을 죽이려는 악귀가 들어있는 너의 염력 때문에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난다"며 압박했습니다.
지난해 9월 18일 새벽, 심씨는 B씨에게 식당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 물었고, B씨가 울릉도로 떠나겠다고 하자 승합차에 태워 보내줄 것처럼 행동하다가 차량을 돌려 식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심씨는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하기 위해 숯을 이용해 주술 의식을 하겠다"며 B씨를 속였습니다.
심씨와 공범들은 철제구조물을 제작해 B씨를 그 위에 엎드리게 한 뒤 결박하고, 아래 놓인 대야에 불이 붙은 숯을 계속 넣었습니다.
경련을 일으키는 B씨의 입 속에 숯을 집어넣고 재갈로 묶은 채 여러 차례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이 잔혹한 범행은 3시간가량 이어졌고, B씨가 완전히 의식을 잃고 상체 전면에 심한 화상을 입은 뒤에야 끝났습니다.
CCTV에 담긴 잔혹한 진실
범행 후 심씨 일당은 철제시설물 등 범행 도구를 숨기고, 2시간이 지난 뒤에야 119에 신고했습니다.
구급대원들에게는 "숯을 쏟았다"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지만, 이들의 잔혹한 살인 과정은 현장의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들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심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이상행동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B씨의 부모마저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도와주려다가 안타깝게 이렇게 됐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다는 점입니다.
법원의 단호한 판결
결국 심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심씨의 자녀 등 공범 4명은 각각 징역 20~2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살인 방조 혐의를 받는 B씨의 오빠와 사촌 언니 등 다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이 선고됐습니다.
판결문에서는 심씨에 대해 "범행 후 피해자의 유족에게 '나는 숯을 넣다 뺐다 했는데 애기령 천사들의 날갯짓으로 숯의 열기가 더 세게 들어간 것 같다'면서 자기 잘못을 회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법정에서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피해자나 병원 탓을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했다"며 "피해자 사망 뒤에도 울릉도에서 다른 피고인들과 즐거운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해 죄의식이 있거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공범들과 피해자 모친이 법정에서 보인 태도를 보면 여전히 (심씨의) 정신적 지배를 받는 것으로 보여 재범 위험성도 매우 높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극악한 범행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종교를 가장한 세뇌와 통제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로, 유사 종교 집단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