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지주사 지위 잃고 1조 현금 쥐었다... 투자·M&A 향방 주목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인 ㈜두산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지위를 내려놓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지주비율 미달이 원인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단기간에 급격히 불어난 현금 자산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규제에서 벗어난 만큼, 조 단위 현금을 어디에 투입할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주비율 붕괴, 단숨에 1조원 늘어난 현금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6일 ㈜두산을 지주회사에서 제외한다고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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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이 지주사로 인정받기 위해 자산의 절반 이상이 국내 자회사 주식이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두산은 6월 말 기준 자산총액이 6조5843억원으로, 3월보다 30%(1조5308억원) 늘면서 지주비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현금 자산의 급증입니다. 두산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불과 석 달 사이 1487억원에서 1조2386억원으로 뛰었습니다. 1조원 넘는 현금이 단숨에 불어나면서 지주비율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지주사 지위를 내놓게 된 것입니다.
주식담보대출로 조달한 '실탄'
현금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는 단기차입금 확대가 있습니다. 6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조7830억원으로, 3월보다 1조2450억원 불어났습니다. 대부분은 주식담보대출입니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지분 22.52%(1460만주)를 담보로 5500억원을 차입했고,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규모도 1조640억원에 달했습니다.
두산이 지주사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사실상의 지배력이 흔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2014년에도 지주사에서 제외됐다가 2021년에 회복한 전례가 있습니다. 법적 지위는 변했지만, 실질적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전자BG 증설·M&A 가능성에 촉각
관심은 향후 행보입니다. 업계는 두산이 확보한 현금을 전자BG 투자와 신성장 동력 확보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에 CCL(동박적층판)을 공급하는 전자BG는 올해 상반기 매출 8791억원, 영업이익 2523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작년 연간 실적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그룹 관계자는 "전자BG의 추가적인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M&A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두산은 밥캣 인수 등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온 만큼, 대규모 현금을 무기로 다시 한 번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위를 내려놓으면서 계열사 공동투자와 부채비율 관리에도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두산의 선택지를 더 넓히는 요소로 평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전통적으로 M&A에 적극적인 그룹"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신규 인수합병(M&A)을 고려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회사 측은 "M&A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