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한국 시장에 올인하는 이유
미국과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럭셔리 그룹들이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한국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지난 2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LVMH의 대표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크리스찬 디올이 향후 몇 년 안에 서울 청담동에 메종 스타일의 플래그십 매장을 대폭 확장할 계획입니다.
특히 디올의 경우 2027년까지 매장 리뉴얼을 추진하며, 상설 레스토랑까지 포함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LVMH 그룹 내 시계·주얼리 브랜드인 불가리도 한국에 첫 플래그십 매장 오픈을 검토 중이며, 티파니앤코 역시 2027년 청담동에 새로운 매장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처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는 약 3,630억 유로로 전년 대비 약 2% 감소했습니다. 특히 중국 본토는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고, 미국 역시 고금리와 경기 둔화 여파로 소비가 정체된 상황입니다.
중국 명품 시장은 지난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축소됐으며, 미국에서는 관세 정책으로 인해 패션 브랜드들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부유층 고객들이 해외 구매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엔화 약세로 명품 판매가 급증했던 일본조차도 최근에는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럭셔리 시장,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구원투수'로
반면, 한국의 럭셔리 시장은 견고한 내수와 함께 중국·일본 관광객 유입, 원화 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한국인들의 지치지 않는 명품 사랑이 회복력 있는 경제, 상승하는 소비자 신뢰와 맞물려 한국 시장을 최상위 명품 업체들에게 어둠 속 한 줄기 빛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의 국내 매출 합산액은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33억 달러(한화 약 4조 6,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여기에는 내수 소비자들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온 관광객의 급증과 원화 약세도 큰 역할을 했는데요.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지출은 3분의 1가량 증가해 사상 최대인 9조 2,6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아시아 유통 전문 기업 블루벨 그룹(Bluebell Group)이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국내 소비자의 73%는 명품 브랜드 상품 가격이 올라도 '구매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브랜드 평판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응답도 80%에 달했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83%는 여러 번 입거나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럭셔리 제품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76%는 명품을 투자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로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은 지난해 두 차례 이상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매출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세계적 억만장자인 베르나르 아르노가 이끄는 LVMH는 그동안 한국에서 꾸준히 입지를 확장해 왔습니다.
셀린느는 작년 12월 첫 부티크 매장을 열었고, 펜디는 2023년 첫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으며, 루이비통은 지난달 29일 첫 뷰티 컬렉션인 '라 보떼 루이비통'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럭셔리 그룹들도 한국 시장의 강력한 수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리치몬트는 지난 6월 서울에 명품 스위스 시계 브랜드 바셰론 콘스탄틴의 새 플래그십 매장을 개설했으며, 이 업체는 올해 3월 끝난 지난해 회계연도에 매출을 20% 늘렸습니다.
에르메스 역시 지난달 서울의 플래그십 매장을 이전하면서 확장해 재개장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LVMH를 비롯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단순한 매장 확장을 넘어 체험형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디올의 경우 확장되는 매장에 상설 레스토랑을 포함시킬 계획이며, 이는 단순한 쇼핑을 넘어 브랜드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체험형 매장의 확대는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는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의 차별화 전략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더욱 깊이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견고한 내수와 관광객 유입, 원화 약세 등의 요인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