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플루언서 후천펑, '한국은 선진국' 발언 후 돌연 사라져
중국 사회의 허상을 직설적으로 꼬집어온 유명 인플루언서 후천펑이 돌연 자취를 감췄습니다. 중국 주요 SNS에서 계정이 일제히 차단되자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예고 없는 디지털 사망'이라 표현했습니다.
21일 중화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후천펑의 더우인, 웨이보, 틱톡 계정은 모두 정지됐습니다. 웨이보 구독자 90만 명, 더우인 팔로워 130만 명을 거느리던 인기 계정이었지만, 모든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관련 법률 및 규정 위반으로 정지됐다'는 문구만 남았습니다.
그가 대중 앞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6일 라이브 방송이었습니다.
현지 언론은 지난해부터 그가 중국 사회의 계급 고착화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후천펑은 스마트폰 시장을 빗대 "애플 인간은 해외 브랜드를 소비하며 엘리트 대학을 다니는 계층, 안드로이드 인간은 반대되는 서민층"이라고 규정하며 불평등을 풍자했습니다.
한국 사례로 '가짜 뉴스' 반박
그의 영상 가운데 특히 화제를 모은 것은 '한국의 1일 최저급여로 장보기'였습니다. 후천펑은 서울의 대형마트에서 하루 최저임금 7만8880원으로 닭고기와 우유, 수박 등을 구입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구매력은 엄청나게 강하다"고 강조하며, "한국은 진짜 선진국이고 중국은 그 장점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한국인은 수박과 고기를 못 사 먹는다'는 루머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한국 관련 발언은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반복된 제재, 결국 '레드 라인' 넘어
후천펑은 이미 2023년부터 중국산 자동차 비판, 대도시 엘리트 문화 조장 등으로 다섯 차례 임시 차단을 당한 전력이 있습니다.
쓰촨성 청두에서 만난 78세 여성이 매달 107위안(약 2만 원)의 보조금으로 생계를 잇는 사연을 영상에 담았다가도 '하층민의 삶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번 전면 차단을 두고 현지 언론은 "후천펑이 결국 당국의 레드 라인을 건드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디지털 공간에서 그의 흔적은 사라졌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