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9시 외 출근. 50% 첫 돌파... 시차출퇴근제 도입 32년 만의 변화
유한킴벌리 BX본부에서 근무하는 이지원 씨는 중·고등학교 자녀들의 등교를 여유 있게 챙긴 뒤 오전 10시에 출근길에 나섭니다. 자녀들의 하교를 챙겨야 할 때는 오전 8시에 출근하기도 합니다.
브랜드 디자인&혁신 본부 김해인 씨는 오전 8시부터 하루를 시작합니다.
수원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본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출근길 혼잡을 피하고, 퇴근 이후 자기계발도 병행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씨는 최근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하며 일과 학업을 모두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널리 알려진 유한킴벌리는 본사 관리직 사원 중 '9시 외 출근자'가 전체의 50%를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1994년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한 지 32년 만의 변화입니다.
시차출퇴근제는 직원들이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전 직원이 근무하는 집중 근무 시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9시 외 출근자, 20년 만에 5배 이상 증가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본사 시차출퇴근 현황을 분석한 결과, 9시 외 출근자가 전체의 5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5년 당시 9%에 불과했던 수치가 2015년에는 21%로 늘었고, 올해는 과반을 넘어섰습니다. 유연근무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오전 9시에 출근하는 직원이 49%로 가장 많았고, 이어 8시(21%), 8시30분(12%), 9시30분(10%), 7시30분(4%), 10시(3%), 7시(1%)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9시 이전 출근자는 전체의 38%로, 9시 이후 출근자(13%)보다 약 3배가량 많았습니다.
직원들이 9시 외 시간을 선택한 이유로는 임신·육아가 4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출퇴근 편의(32%), 효율적 업무 수행(15%), 자기계발(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충전 휴가'로 주4일제 경험도 제공
유한킴벌리는 1990년대부터 시차출퇴근제, 4조2교대, 현장 출퇴근제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유연한 근무와 학습 기회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후 스마트워크를 도입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도입하고, 유연함을 바탕으로 몰입도 높은 근무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최근에는 '재충전 휴가' 제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6년 도입된 이 제도는 매월 둘째·넷째 금요일에 운영되며, 연초에 연간 계획을 고지해 협업과 휴가 일정을 미리 조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재충전 휴가일에는 평균 60% 이상의 직원이 휴가를 사용하며, 업무 연락을 최소화해 온전히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격주로 주4일제에 준하는 근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신뢰를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며 "시대 변화에 맞는 조직 유연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