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소비자 편의 vs 오남용 우려 팽팽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 품목 수가 10년 넘게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의약품 오남용 우려를 제기하는 약사 단체의 반발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는 소비자 편의 증진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비약 품목 수 확대를 수년째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은 편의점에서 20개 품목 이내의 지정된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2012년 심야나 공휴일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매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이를 기준으로 감기·해열·진통제, 소화제, 소염제 등 13개 품목이 지정됐습니다.
당초 정부는 3년 주기로 지정 품목을 재검토할 방침이었으나, 지난 13년간 한 번도 품목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기존 판매 제품 중 타이레놀 80mg·160mg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현재는 11개 품목만 취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편의점 업계는 약사법이 허용하는 20개 품목을 모두 채우지 않더라도, 제산제, 지사제, 화상연고 등 부작용 우려가 적고 소비자 수요가 높은 일부 품목만이라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높이고, 가벼운 질병에 대한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나 휴일에 긴급하게 의약품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전국 5만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쉽게 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는 이러한 명분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주무 부처에 관련 요구를 꾸준히 전달해 왔으며 소비자 인식 또한 상비약 품목 확대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202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1%가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는데요. 실제로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71.5%에 달했으며, 구입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 중 40.6%도 원하는 상비약 품목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약사 단체의 반대와 논의 지연
반면, 대한약사회 등 약사 단체는 의약품 오남용에 따른 국민건강 저해를 우려해 품목 확대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품목 확대가 편의점의 영리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과제'로 품목 조정 방안을 채택하고, 2023년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으나, 현재까지 위원회조차 구성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상비약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0.3%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영리 목적보다는 소비자의 편의 증진이라는 공익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약사 단체가 우려하는 전문성 결여나 오남용 문제도 보건복지부 정보 공개 청구 결과 부작용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럼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 오남용 소지가 적은 약품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