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광주 시의원들 '자발적 모금'이라 홍보했던 산불 성금...알고 보니 '세금'이었다

광주시의회, 세금으로 성금 내고 '자발적 참여' 홍보 논란


광주광역시의회가 지난 3월 영남산불 피해 주민들을 돕겠다며 기부한 성금 중 상당액이 업무추진비 등 의회 예산으로 충당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의회는 당시 "의원과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세금으로 성금을 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뉴스1


지난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에 따르면, 광주시의회가 지난 3월 28일 '산불 피해 복구 성금'으로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한 500만원 중 180만원이 의회 예산에서 지출되었습니다.


시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살펴보면, 3월 28일 '2025봄철 전국 산불 피해 지원 성금 기부' 명목으로 의장과 부의장, 의회 사무처장의 업무추진비와 의회 운영공통경비가 사용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의장은 20만원, 부의장 2명은 각각 15만원, 사무처장은 3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기부했으며, 의정활동 지원에 쓰이도록 되어 있는 의회 운영공통경비에서도 같은 날 100만원이 성금으로 지출되었습니다.


세금으로 성금 내고 '자발적 참여' 홍보... 다른 지방의회와 대조적


광주시의회는 이러한 기부 사실을 홍보하면서 의회 예산 사용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자율 모금'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당시 보도자료에는 "성금 모금은 시의회 의장단을 비롯한 23명 전체 의원과 사무처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정부 규칙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장 등이 다른 지자체에서 발생한 재난·사고 이재민이나 피해자에게 업무추진비로 격려금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의회에서는 '기부 정신에 어긋난다'며 성금에 직접적으로 예산을 사용하지는 않는 것이 관행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4월 8일 경상북도사회복지모금회에 산불 성금 1136만원을 기부한 전남도의회의 경우, 도의원 60명과 사무처 공무원 200여명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남도의회는 "관련 규칙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기부 의미를 생각해 개인별 모금으로 진행한 것"이라면서 "성금 모금에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광주시의회는 "의원들이 당시 개인별 10만원씩의 성금을 냈으며 사무처 5급 이상 간부들도 참여했다"면서 "기부 금액을 500만원으로 맞추기 위해 부족한 액수를 업무추진비와 운영경비로 충당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공금인 업무추진비로 산불 성금을 마련한 것은 어떤 핑계로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업무추진비를 자기 돈처럼 여기는 시의회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