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제조사 CEO, 자폐증 연관성 부인하며 미 보건장관에 로비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생산하는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상으로 자폐증 발병 원인에서 타이레놀을 제외해달라는 로비 활동을 펼쳤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각) 타이레놀 제조사인 켄뷰의 임시 CEO 커크 페리가 최근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페리 CEO는 '타이레놀과 자폐증 사이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하며 설득에 나섰습니다.
이번 회동은 케네디 장관이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의 자폐증과 잠재적으로 연관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곧 발표할 계획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5일 보도 직후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이 보도로 인해 켄뷰의 주가는 장중 9%까지 하락하는 등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의학계와 제약사의 상반된 입장, 자폐증 원인 논란 확산
켄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제품 안전성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장관 및 직원들과 과학적 의견을 교환했다"며 자사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계속 믿고 있으며, 전 세계 보건 규제기관, 독립적인 공중보건 기관, 의료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를 비롯한 의료 단체들은 그동안 임신 중 통증 완화를 위해 의사와 상담 후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해도 좋다는 권고를 해왔습니다.
지난주에도 성명을 통해 "신중한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태아 발달 문제와 연관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의학계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오히려 임신 중 특정 시기에 이부프로펜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대체 약물을 복용할 경우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과 자폐증 환자 가족들은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으로 태아가 자궁에서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되면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케네디 장관은 이미 자폐증 원인을 규명한 보고서를 9월까지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는 백신 역시 자폐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어 의학계와 제약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