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美, 구금 근로자 풀어주자마자 압박... "韓, 서명 안 하면 25% 관세"

미국 상무장관의 강경 발언, 한미 무역 갈등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구금되어 있던 한국인 근로자들을 석방하자마자 한국을 향한 무역협상 압박을 재개했습니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미 관세 및 무역협정과 관련해 한국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에) 왔을 때 서명하지 않았다. 백악관에서 우리가 무역에 관해 논의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을 텐데 그건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이어 "나는 그들(한국)이 지금 일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고, 그래서 (한국에 대해서도) 유연함은 없다. 명확하다.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지난 7월 30일, 한국과 미국은 대미 수출품 상호관세를 기존 발표된 25%에서 15%로 낮추는 무역협정에 큰 틀에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서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러트닉 장관의 이번 발언은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으로 해석됩니다.


현재 한미 협정의 막판 걸림돌은 한국이 관세를 낮추는 대신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투자 방식, 수익 배분 등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일본과의 협정에서 확정한 5,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 구성을 예로 들며 한국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일본과의 투자 패키지 구성에 대해 "대통령이 (알래스카 송유관 프로젝트 등을) 승인하면 건설 인력을 고용하고 일본에 자본을 요구한다. 그들은 돈을 보내고 우리는 파이프라인을 짓는다"며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금 흐름이 시작되면 일본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미국-일본 정부가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눈다.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고 밝혔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 GettyimagesKorea


무역 협정 문제를 넘어 러트닉 장관은 한국 노동자들의 비자 문제까지 언급했습니다.


같은 날 유튜브에 공개된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대가 공장을 짓는 걸 좋아한다"라면서도 "그들은 근로자들을 위해 적합한 비자를 받아야 한다. 근로 비자(working visa)를 받으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들이 한 일은 관광 비자로 들어와 그냥 공장에서 일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지난 4일 현대차-엘지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330여 명이 미 당국의 기습 단속으로 체포된 사건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구금됐던 직원들은 전세기를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X 'ATFAtlanta'


무역 협정과 비자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양국 간 협상의 복잡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일본과의 합의를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전략은 한국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제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세부 조건과 비자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향후 양국 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이것이 한미 관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