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범 잡은 10대 소년의 용기
지하철에서 불법촬영범을 발견한 뒤 검거를 도운 10대 시민 영웅이 화제입니다.
13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평범한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한 10대 청소년의 용기 있는 행동이 불법촬영범을 검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날 오후 신촌에서 홍대입구역으로 향하던 열차 안, 18세 이 모 군은 옆자리에 앉은 남성의 수상한 행동을 포착했습니다.
이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남성의 휴대전화 화면에 재생되고 있던 영상이었는데요. 남성이 보고 있는 것은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불법 영상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순간적으로 불법촬영범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이군은 즉시 남성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처음에 남성은 "다음 역에서 일단 내리자"며 회유를 시도했지만, 홍대입구역에 도착하자 돌변하여 이군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빼앗아 도주를 시도했습니다.
본능적으로 이군은 "끝까지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성을 뒤쫓았고, 계단에서 그를 따라잡았다고 합니다.
남성은 "여자 친구 영상을 찍은 것이고, 허락을 받았다"며 "급한 약속이 있어 가야 한다" 변명했지만, 이군은 그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군은 "그러면 경찰, 여자 친구와 직접 대면해 보자"며 단호하게 대응했습니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급기야 남성은 "만약 여자친구 영상인 것이 사실이면 책임질 거냐?"며 화를 냈고, 이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이군은 본능적으로 주먹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걱정에 물리적 대응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는 데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팔에 생채기를 입기도 했습니다.
끈질긴 추격과 성공적인 검거
도망가고 추격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이군은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놓지 않고 경찰에 재차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에서 다시 한번 범인을 붙잡았습니다. 그로부터 2~3분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이 남성을 임의동행 했습니다.
경찰관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군의 활약상을 확인하고 "잘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서울마포경찰서는 이군의 용기 있는 행동을 치하하며 지난 11일 감사장을 전달했습니다.
이군은 뉴스1에 "모른척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지 않나. 그땐 다른 생각 없이 '잡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섭지 않았냐는 말에는 "깡이 있어 무섭진 않았다"고 당차게 답했습니다.
또 이군은 평소 복싱에 관심이 있어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고도 전했습니다.
이군과 몸싸움을 벌인 남성은 서울 광진경찰서에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건은 시민의 용기 있는 행동이 범죄 예방과 검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위해 행동한 이 군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