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만에 정당방위 인정받은 성폭행 피해자
61년 전, 성폭행 시도에 저항해 가해자 혀를 깨물어 절단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79)가 마침내 정당방위를 인정받았습니다.
10일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최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최 씨는 과거 중상해 등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 씨는 19세였던 1964년 5월 6일 오후 8시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A 씨(당시 21세)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입 안에 들어온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했고, 이로 인해 A 씨가 말을 할 수 없도록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당시 최 씨는 6개월간 구금된 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최 씨는 2020년 5월 한국여성의전화 등 단체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으나,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무죄로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최 씨는 포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에 의한 재심 사유를 주장하며 재항고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작년에 "불법 구금에 관한 재항고인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며 재심을 결정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검찰이 최 씨에 대한 재심 선고에 앞서 올 7월 진행된 공판에서 "이 사건에 대해 정당한 반응으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무죄를 구형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하지만 당시엔 그러지 못했다"고 최 씨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최 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중상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또 피고인 측은 혀를 깨문 것과 관련해 정당방위를 주장했는데, 이 역시 정당방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