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가 함께 스님의 길을 걷게 된 사연
모녀가 함께 스님이 되어 살아가는 특별한 사연이 전파를 탔습니다.
지난 4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는 묘유 스님과 그의 딸 해인 스님이 출연해, 모녀가 걸어온 헌신과 사랑의 이야기를 공개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묘유 스님은 직접 수확한 작물을 들고 등장해 딸 해인 스님을 불러냈습니다. 그는 해인 스님을 "속가의 큰딸"이라고 소개하며 지난 18년간 절에서 살아온 사연을 풀어놓았습니다.
해인 스님은 "엄마랑 같이 있으니까 저 혼자 사는 것보다 행복한 것 같다. 절 많이 챙겨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묘유 스님은 "묵직해서 말도 안 하는데, 진리만 얘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해인 스님이 저의 스승이다"라며 갑자기 눈물을 보였습니다.
딸의 건강을 위한 어머니의 헌신
묘유 스님은 해인 스님을 항상 가까이 두는 이유에 대해 "예전에 새벽 예불을 하고 왔는데, 개가 저 위에서 짖더라. 나가 보니까 해인 스님이 없더라. 많이 건강해졌는데, 노파심에 항상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흔이 넘는 딸을 아이처럼 챙기는 이유는 딸의 건강 상태 때문이었습니다.
묘유 스님은 "딸이 국어교육과를 나와서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근데 강의 중에 우리 딸이 칠판에 써놓은 걸 다 지우고 '심청이는 심봉사 눈을 뜨이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을 바쳤노라'라고 써놨다고 말씀하시더라.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시키라고 하길래 정신과를 갔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딸이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묘유 스님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내가 차라리 아파주고 싶은 생각이었다. (딸의) 그 마음을 그땐 몰랐으니까"라고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가족의 희생과 모성애
2주에 한 번 머리를 깎는다는 해인 스님. 딸이 처음 삭발한 날을 잊지 못한다는 묘유 스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 앞에서 울 수 없어서 뒤돌아서 눈물을 훔쳤다"라고 당시의 아픔을 전했습니다.
묘유 스님은 아들과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고 고백했습니다.
"남편 대접을 못 해줬다. 딸한테 매달리다 보니까. 한번은 (남편이) 방에 들어가서 얘를 막 혼내길래 차라리 나를 죽이라고 했다"라며 아픈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남편이) 딸 때문에 주말에 한 번씩 왔는데, 따뜻하게 대접 못 한 게 미안하다"라며 9년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해인 스님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묘유 스님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신경과를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그 여파로 혈압이 막 올라가더라. 딸이 뇌동맥류가 생겨서 수술했다. 그 이후로 언어장애가 있어 말하기가 좀 힘들고, 뇌에 빨리빨리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형제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딸을 위해 출가를 결심한 묘유 스님은 "병원 다섯 군데 다니고, 교회, 무속인 다 찾아가 봤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가족들 반대도 무시하고, 이 아이를 꼭 정상으로 돌리겠단 목적으로 출가했다. 자식을 살려야 하지 않냐"라고 자신의 결단에 대해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