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적 놀이터로 변신한 'MCM 하우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패션의 중심지 한복판에 위치한 MCM 하우스가 프리즈 위크 2025를 맞아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평소에는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럭셔리 공간이었던 이곳이 초현실적 놀이터 'BE@RBRICK in MCM Wonderland'로 변신한 것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간 전체를 채운 상상력이 관람객을 압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독일 뮌헨에서 1976년 시작해 현재 전 세계 43개국 584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MCM과 세계적인 아트토이 브랜드 메디콤토이(MEDICOM TOY)의 대표 시리즈 베어브릭이 함께 꾸민 특별 프로젝트입니다.
세계적 아티스트·장인들이 빚어낸 '베어브릭'
2일 열린 오프닝 현장에는 김해리 MCM 재팬 회장, 메디콤토이 CEO 타츠히코 아카시, 세계적인 모자 디자이너 노부키 히즈메, 현대 작가 켄 야시키, 그리고 1582년부터 전통을 이어온 일본 가죽 공예 브랜드 인덴야의 이사오 우에하라 디렉터가 참석했습니다.
김 회장은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자는 의도였다"며 "야시키 상의 작품은 전국시대 투구와 갑옷이 오늘날 베어브릭에 쓰이고 있어 온고지신을 떠올리게 했다. 히즈메 상은 유럽보다도 더 많은 러브콜을 받는 아티스트다. 베어브릭을 다르게 보여주고 싶어 이번 협업을 추진했다”고 말했습니다.
히즈메 노부키, 초현실적 헤드피스로 압도하다
전시장 1층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세계적인 밀리너(모자 장인) 히즈메 노부키의 작품이었습니다.
파리에서 수많은 오트쿠튀르 브랜드와 협업하며 경력을 쌓은 그는 2019년 일본인 최초로 프랑스 국가 최우수 장인상(MOFR)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오트 쿠튀르 기법으로 완성한 조각적 헤드피스를 베어브릭 위에 얹어, 단순한 토이를 초현실적 오브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일부는 콘크리트 받침대 위에 개별 전시돼 있었고, 일부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LED 라이트 바와 거울 구조물, 모니터 영상과 함께 설치돼 낯선 긴장감과 극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자아냈습니다.
히즈메는 "MCM 로고만 봐도 떠오르는 브랜드와 협업한다는 건 디자이너로서 사명 같은 일"이라며 "아이코닉한 작품을 하나라도 더 남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켄 야시키, 전통 기법 '키메코미'로 꽃피운 코스모스
3층으로 올라서면 핑크빛 조명이 은은히 감도는 'COSMOS IN BLOOM' 공간이 펼쳐집니다. 일본 출신 작가 켄 야시키가 선보인 이 공간에는 코스모스 꽃밭 속에 베어브릭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일본 전통 기법 '키메코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목재에 홈을 파고 그 안에 직물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번 작품에는 딸들이 입던 헌 옷과 직물이 사용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닌 누군가의 기억과 시간이 담긴 '이야기의 조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발표한 대표작 'PAUSE-Usa Usa' 시그니처 패턴도 곳곳에 흩날리듯 퍼져, 꽃잎처럼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야시키는 "키메코미는 교토에서 시작된 전통으로 부모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기법"이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바람이 실현됐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인덴야, 세계 최초 사슴가죽 베어브릭의 탄생
5층에 오르면 짙은 안개 속에서 사슴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이곳은 일본 전통 가죽 공예 브랜드 인덴야의 전시 공간입니다.
1582년 창립 이후 14대째 이어온 인덴야는 사슴가죽에 옻칠을 더하는 '코슈 인덴' 기법으로 세계 최초의 사슴가죽 베어브릭을 선보였습니다. MCM의 비세토스 모노그램과 전통 옻칠 기법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한 점에서 교차하는 진정한 컬렉터 아이템이었습니다.
우에하라 디렉터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문화를 알리는 것이 우리의 테마"라며 "이번 전시는 국내 관객에게도 전통의 깊이를 전할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럭셔리와 상상력 교차하는 특별한 대화의 장
이번 전시에서는 MCM의 예술적 상상력이 입체적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품 옆에 있는 QR코드를 이용해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습니다.
소장 가능한 리미티드 에디션도 공개됐습니다. MCM X BE@RBRICK ken yashiki 100% & 400% 세트, MCM X BE@RBRICK INDEN-YA 400% (장인 수작업), MCM X BE@RBRICK Karimoku 400% (정교한 목공 기술로 완성된 우드 에디션)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일본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와의 협업작은 원목 고유의 결을 살린 따뜻한 디자인에 MCM 로고 디테일을 더해, 아트토이와 가구의 경계를 허문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여기에 티셔츠·숄더백·참·그립톡 등 굿즈도 함께 출시돼, MCM 하우스와 공식 온라인몰, 무신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베어브릭의 아버지'라 불리는 메디콤토이 CEO 타츠히코 아카시는 "베어브릭은 BTS, 세븐틴을 통해 한국에서도 사랑받았다"며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아티스트들이 MCM 안에서 만나는 것이 감동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MCM 최고 브랜드 책임자 디르크 쇤베르거 역시 "프리즈 위크의 파트너로 함께해 자랑스럽다"며 "이번 전시는 럭셔리, 상상력, 정체성이 교차하는 대화의 장"이라고 의미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