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1일(목)

'내란 방조 혐의' 한덕수, 계엄해제 건의에 "기다려보자"며 1시간 묵살

한덕수 전 총리, 비상계엄 위헌성 인지하고도 방조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 해제 건의를 약 1시간 가량 묵살하고 사후 문건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일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공개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1970년 공직 입문 이후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979년 박 전 대통령 시해 이후 비상계엄 선포,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을 경험하면서 지난해 12월 상황이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 뉴스1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이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모인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야 하고, 지금 있는 국무위원만으로는 부족해 더 불러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등을 통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 6명에게 대통령실로 신속히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의 적극적 관여와 사후 문건 작성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을 기다리는 동안 대접견실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검토하고, 비상계엄 실행 계획 및 조치 사항 등을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대국민 담화를 보고 있는 시민들 / 뉴스1


계엄 선포 이후 한 전 총리는 '의사 정족수를 채운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만들기 위해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에서 같이 모여서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하라"고 요청했으나, 최 전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서명을 거부하면서 자리를 떠나 실제 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 전 총리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검토하며 16분간 대화를 나눴습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계엄사령부 포고령, 비상계엄 관련 지시사항 등 문건을 받았으며, 이 전 장관이 받은 언론사 단전·단수 등 지시 사항도 알고 있었고 이에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이행을 촉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 뉴스1


계엄 해제 건의 묵살과 국무회의 지연


공소장에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된 후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심의를 지연시켜 내란을 방조한 행위도 포함됐는데요.


한 전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부회의 중 방송 생중계를 통해 12월 4일 오전 1시 2분께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해제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대통령하고 직접 통화를 해보시라.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총리님밖에 없다"는 건의를 받았음에도 한 전 총리는 "조금 한 번 기다려보자"며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관련 조치들을 지연했고, 1시간가량이 지난 새벽 2시께 추가적인 건의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국무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 뉴스1


특검은 계엄 이후에도 한 전 총리가 합법적인 형식을 만들기 위해 사후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에게 받아 보관하고 있던 비상계엄 선포문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강 전 실장은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이 서명할 수 있는 표지를 만들어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고, 한 전 총리는 이 문건에 서명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긴급체포되자 한 전 총리는 강 전 실장에게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하며 문건 폐기를 요청했고,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해당 문건을 파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