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화)

무더위에 또 무릎 꿇은 150명의 학부모들... "우리 아이들 학교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절박한 호소

또다시 무릎 꿇은 장애 학생 학부모들


서울 한복판, 뜨거운 햇볕 아래 150여 명의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지난 27일 SBS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안 승인 촉구 기자회견에서 학부모들은 "서울시의회는 성진학교 신설안을 지체 없이 승인하라"며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특수학교를 설립해 자녀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SBS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체감온도 33도 무더위 속에서도 이들의 절박함은 더욱 뜨거웠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그 간절함에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이번 무릎 호소는 2017년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설립 당시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에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했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의 반대와 학부모들의 호소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성진학교 설립, 또다시 지역 반대에 가로막혀


성진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폐교한 서울 성동구 성수공업고 부지에 지체 장애 학생을 위해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특수학교입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회원 등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성진학교 설립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의회의 즉각적 심의 통과와 반대파 의원들의 특수학교 설립 방해 기도 중단을 촉구했다. 2025.8.27 / 뉴스1


이미 교육부, 국토교통부, 교육청의 심사와 심의를 모두 통과한 상태로, 다음 달 9일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를 거쳐 12일 최종 심의·의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동구 일부 주민들은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 설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 황철규 서울시의원도 "성진학교 위치를 옛 덕수고 터로 옮기고, 성수공업고 부지에 일반고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특수학교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편견과 반대의 벽을 세우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시의회가 지역의 반대 여론에 편승해 성진학교 설립을 승인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특수학교 설립은 늘 험난한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 이후 여론이 바뀌어 가까스로 설립이 확정됐습니다.


중랑구 동진학교는 더욱 극적인 사례로, 12년간 부지를 8차례나 옮긴 끝에 올해 초에야 첫 삽을 뜰 수 있었습니다. 개교가 10년이나 미뤄진 것입니다.


학부모들은 "이번 심의에서 (설립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보류를 할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며 "짧게는 한두 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까지도 걸리는 원거리 통학을 하면서 특수학교 설립을 하루라도 앞당기려 애태우는 장애학생과 그 가족에게 날벼락 같은 소리"라고 토로했습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8곳에는 특수학교가 단 한 곳도 없으며, 성진학교와 같은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는 7개 구에만 존재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장애학생들의 통학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학생 10명 중 1명은 매일 왕복 2시간이 넘는 원거리 통학을 감내해야 합니다.


한 학생의 아버지는 "차 안에서 경기를 한 적도 있었다. 다니면서 힘드니까"라고 말하며 원거리 통학의 고통을 토로했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 뉴스1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학부모들을 만나 "차질 없이 성진학교 설립이 진행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모습을 재현하게 된 것에 대해 지극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며 학교 설립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진학교 설립안을 논의할 서울시의회 심의는 다음 달 9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TV 'SBS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