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서 위자료 증액
부산 형제복지원에 세 차례나 강제 수용되어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위자료를 증액했습니다.
지난 26일 광주고법 민사3부(최창훈 고법판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가 A씨에게 1심에서 정해진 위자료보다 8000만 원이 많은 1억 8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 대해 "원고는 형과 누나 등 보호자가 있었음에도 어린 나이에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배상이 오랜 기간 지연됐고 국민소득 수준이나 화폐가치 등 사정이 상당히 변동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형제복지원 3차례 강제 수용과 인권침해 실태
A씨는 10대 초반이었던 1976년 부산시 부산진역 인근에서 부랑자로 단속되어 형제복지원에 처음 수용되었습니다.
이후 1980년경 친형의 방문으로 퇴소했으나, 1983년 충무동 파출소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붙잡혀 두 번째로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되었습니다.
A씨는 1년 만에 형제복지원을 탈출했지만, 1985년경에는 단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다시 붙잡혀 세 번째로 수용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기간 동안 A씨는 각종 토목 공사 등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고, 심각한 구타를 당했습니다. 또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 극심한 배고픔을 견디기 위해 흙덩어리까지 먹었던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러한 굶주림, 강제노역, 구타 등 A씨가 세 차례 수용 기간 동안 당한 가혹행위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해당 복지원에 수용된 사람은 기간의 정함 없이 감금당해 반인권적인 통제 속에서 생활했고 아동들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형제복지원에 대한 조사·감사·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원고는 복지원에 감금돼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복지원에 수용됐다"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한편, 형제복지원의 피해사례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극적인 사건의 생존자들을 조명하는 작품으로, 형제복지원 외에도 JMS, 지존파,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공개된 이후 시즌1 격인 '나는 신이다'에 이어 한국 시청 랭킹 1위에 오르며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의 자녀들의 신상도 공유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