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6일(화)

공장서 일 마치고 쓰러진 뒤 뇌사 판정...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 선물한 50대 가장

숭고한 마지막 선물,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린 손범재 씨


지난달 18일, 의정부을지병원에서 53세 손범재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 소식을 전하며 손씨의 숭고한 결정을 기렸습니다.


손범재 씨는 지난달 7일,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동료의 발견으로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기증자 손범재 씨와 가족들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후 가족들의 동의로 심장, 양쪽 폐, 간장을 기증해 4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가족들은 손씨의 몸 일부가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고, 그를 통해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또한 성실하고 자상했던 손 씨를 영원히 자랑스러운 존재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그의 숭고한 기증과 따뜻한 삶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었습니다.


기증자 손범재 씨와 가족들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성실했던 삶, 따뜻했던 가장


구리시에서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손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원훈련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후 공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선방과 분체도장이라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베트남 출신 아내와 결혼해 두 딸을 둔 다문화가정의 가장이었던 손 씨는 주말이면 아이들을 위해 캠핑과 여행을 다녔고, 집에서는 바쁜 아내를 위해 집안일을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가정적인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YouTube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코다]'


손씨의 누나 손남희 씨는 "범재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하늘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우리도 잘 지낼게. 걱정하지 마"라는 마음의 편지를 전했습니다.


아내 오정원 씨는 "은하 아빠, 애들 돌보고 나 도와주느라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까. 천국에서는 꽃길만 걷고 행복하게 살아. 애들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키울게. 꼭 지켜봐 줘. 사랑해. 고마워."라며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주신 기증자 손범재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사드린다"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랑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희망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손범재 씨를 그리워하며 가족이 마음의 편지를 전하는 영상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누리집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장기기증은 한 사람의 마지막 선물이 여러 생명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사하는 숭고한 결정입니다.


손범재 씨의 이야기가 장기기증의 중요성과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