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안전망으로 변신한 편의점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똑같은 삼각김밥 두 개를 구매하던 60대 여성 손님.
이 모습을 지켜보던 편의점 점주는 여성의 반복되는 패턴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는데요.
직감을 믿은 점주는 포스기의 '신고' 버튼을 눌렀고, 위기에 빠진 여성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4일 YTN에 따르면 점주의 신고를 받은 울산 남구청 공무원들은 불과 20분 만에 편의점에 도착했습니다.
공무원들은 매일같이 삼각김밥 2개를 사가던 60대 여성 손님과 대화를 나눴고, 여성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됐습니다.
여성은 "남편이 암으로 올해 2월에 돌아가셨다. 많이 우울했다. 우울하고 밖을 안 나오려고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후 우울증에 빠져 있던 여성을 구한 건 편의점주의 촉이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한 사람을 구한 순간이었습니다.
24시간 열린 복지의 창구, 편의점의 새로운 역할
이는 울산 남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 중인 '편의점 위기 가구 발굴 사업'의 한 사례입니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편의점의 특성을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찾아내는 혁신적인 시도인데요.
현재 남구 지역 108개 편의점이 이 의미 있는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편의점 직원들이 손님의 소비 패턴이나 대화 중 위기 징후를 감지하면 포스기의 신고 버튼을 통해 구청에 신호를 보내고, 신고를 받은 구청 공무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확인한 후 실제 위기 가구로 판단되면 24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적절한 지원을 제공합니다.
울산 남구청 복지지원과 공은주 과장은 YTN에 "복지 사각지대 같은 경우는 발굴이 제일 중요하다. 요즘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자꾸 움츠러드는 고립 은둔 그런 대상자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이분들을 바깥으로 끌어내서 사회적으로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할지가 중요하다"라고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까지 267개의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267개의 가구, 즉 수백 명의 이웃들이 고립과 절망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이 이제 단순한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 안전망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매일 마주치는 익숙한 얼굴들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편의점 직원들의 따뜻한 관심이 위기에 처한 이웃을 구하는 첫 단추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