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사망보험금, 이제 연금처럼 미리 받는다
오는 10월부터 만 55세 이상 종신보험 가입자들은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미리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1억원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사망 시 1억원을 남기는 대신, 20년간 매월 30만원씩 노후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은퇴 후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우려는 분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고민이 생깁니다.
당장의 현금흐름을 확보할 것인가, 아니면 보장을 온전히 유지해 상속 재원이나 배우자 생활비로 남길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누구에게 유리한 제도인가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만 55세 이상 종신보험 가입자가 사망 시 받을 보험금의 일부를 생전에 연금처럼 나눠 받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생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계약대출이나 중도인출과는 달리, 납입 보험료 총액 이상을 생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제도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만 55세 이상', '금리확정형 종신보험(보험금 9억 원 이하)', '계약·납입 기간 10년 이상', '보험료 완납 상태',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인',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는 상태'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가입자는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유동화를 신청할 수 있으며, 별도 수수료는 없고 일정 조건 충족 시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 10월 말부터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회사가 참여해 시범 운영을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연 1회 지급 방식으로 시작하고, 내년부터는 월 지급 방식까지 확대될 예정입니다. 수령 기간은 최소 2년 이상(연 단위 설정)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최적의 활용 전략은?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어떤 사람들에게 가장 유리할까요? 우선, 당장 현금흐름이 부족한 사람들이 고려해볼 만합니다. 특히 사망보험금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으면서 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 공백이 생기기 쉬운 50~60대가 대표적입니다.
이 연령대는 자녀가 독립해 부양 부담은 줄었지만, 생활비를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70대 이상 고령층 중 건강 부담이 커서 요양·간병·치료비 등의 지출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생활자금과 남길 보장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 최적의 설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반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한 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심각한 질병이 있다면, 유동화보다는 사망보험금 자체가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 경제적 어려움이 없다면 굳이 보장을 줄일 필요가 없으며, 일시적인 자금이 필요한 경우라면 보험계약대출을 먼저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나리오별 활용 전략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언제부터, 얼마를, 몇 년간 받느냐에 따라 체감 효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은퇴 후 국민연금 개시 전 생활비가 가장 큰 고민이라면 '부분 유동화'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세부터 20년 동안 매달 8만7000원씩, 총 2088만원을 납입해 사망보험금 1억원의 보험계약(예정이율 7.5%)을 보유한 A 씨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 씨가 55세부터 20년간 70%를 유동화한다면 월 14만원(연 164만원)씩 총 3274만원을 받고, 사망 시 3000만원을 상속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납입 보험료(2088만원)보다 57% 많은 금액입니다.
둘째, 건강 염려로 의료·요양 지출이 예상되는 65세 이상이라면 유동화 비율을 높이고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전략이 현실적입니다.
70세 여성 B 씨가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겪고 있다면, 유동화 비율을 최대(90%)로 높이고 수령 기간을 15년으로 설정해 매월 약 35만원(총 약 63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사망보험금은 1000만원이 남게 됩니다.
셋째, 생활비도 필요하지만 배우자 생활비나 자녀 상속 재원도 지키고 싶다면 보수적인 유동화(40~60%)를 통해 오랜 기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같은 납입 조건의 65세 남성이 60%로 20년간 유동화한다면 연간 187만원, 월 16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납입 대비 수익률은 179%이며, 사망 시 6000만원이 상속됩니다.
결국 '건강상태', '현금흐름 필요성', '상속 의지', '나이' 등 네 가지를 핵심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건강할수록, 현금 여유가 있을수록, 상속 의지가 강할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유동화 비율을 낮추는 전략이 좋습니다.
반대로 의료·요양비 수요가 가깝거나 월 현금흐름이 급히 필요한 경우에는 비율을 높이고 기간을 줄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주의사항과 대안 점검
비과세 요건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보험계약이 10년 이상이어야 하고, 저축성 보험의 월 납입액 합산이 150만원 이하여야 비과세 대상이 됩니다.
해당 종신보험의 월평균 보험료에 유동화 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기존 저축성 보험의 월 납입액을 더한 금액이 150만원을 초과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한도 초과 시에는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유동화 비율과 기간을 조정해 한도 이내로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자신의 계약이 기본 신청 조건에 포함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영업점에서 비율·기간·개시연령별 비교표를 받아보고, 철회권·취소권·전담 상담사 배정·시뮬레이션 제공 등 소비자 보호장치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챙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동화 기간이 종료한 뒤에도 살아있을 가능성과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수령액 감소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유동화 비율을 높일수록 잔여 사망보험금이 줄어들어 상속 재원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미 유동화를 진행한 뒤에는 중도 변경이 어려우므로, 사전에 잔여 사망보험금의 최소선을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시적인 자금 수요라면 보험계약대출, 중도인출, 연금전환 등 다른 대안도 비교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