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아빠는 죽고 새엄마는 살아남았다... 딸이 의심하고 있는 '영덕 농약 음독 사건'의 미스터리

새벽에 벌어진 끔찍한 비극...'그것이 알고 싶다'가 분석


그날, 그 방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생사를 가른 최후의 만찬 - 영덕 농약 음독 사건'이라는 부제로 충격적인 동반 음독 사건을 파헤쳤습니다.


2024년 7월 2일 새벽 4시 43분, 영덕 119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남편이 죽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동한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남성은 거실 베란다 창 앞에 쓰러져 있었고, 여성은 거실 바닥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식탁 위에는 여러 병의 농약과 술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신고자는 남편과 함께 음독을 했다고 주장한 아내 박 씨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남편 이 씨는 급성 농약 중독으로 숨졌고, 박 씨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녀는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이미 20번 가까이 구토를 했다고 말하며 병원 이송 중에도 목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사망한 이 씨의 딸은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새어머니 때문에 아버지가 죽음에 이른 것 같다"며 신고 전화를 한 박 씨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반 자살'일까, '의도된 죽음'일까


이 씨와 박 씨는 12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2015년 혼인신고까지 마친 재혼 부부였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박 씨가 이 씨의 전처에게 자신과의 관계를 밝히며 이혼을 요구했고, 결국 이 씨는 집을 나와 박 씨와 동거하게 됐습니다. 자녀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지만, 딸은 오랜 고민 끝에 박 씨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박 씨는 제작진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다 남편이 동반 자살을 제안해 농약을 마셨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전부터 농약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남편은 이미 숨져 있었고, 자신은 수십 번 구토 끝에 살아남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씨의 딸은 이 주장을 강하게 의심했습니다. 사건 전날, 아버지는 힘들어하는 아내를 격려하는 문자를 보내고 중고 거래를 하며 병원을 검색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극단적 선택을 할 징후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박 씨는 "남편이 직접 농약을 가져오는 장면이 CCTV에 찍혀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의 취재 요청에는 "진실을 말해도 왜곡될까 봐 겁난다"며 만남을 거절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제작진과의 통화 도중 누군가에게 통화 내용을 전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의혹을 키웠습니다.


밝혀진 수상한 재정 흐름과 외도 의혹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씨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수상한 재정 상태를 폭로했습니다. 퇴직 후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아버지의 통장에는 몇백만 원만 남아 있었고, 급여와 퇴직금은 모두 박 씨 계좌로 입금됐다는 것. 더 충격적인 것은 건물과 토지 등 전 재산이 박 씨 앞으로 증여돼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박 씨의 지인으로 보이는 홍 씨 계좌로 거액이 오간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제작진이 홍 씨를 추적했지만 그는 신원을 숨기려 했고, 주민들은 두 사람이 최근까지 다정하게 함께 다니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제보자들의 증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 씨가 투자 사기를 벌일 때 홍 씨가 함께 했다는 주장, 불교원 대표와의 불륜 관계, 그리고 이를 폭로한 대표의 딸이 제기한 상간소송 판결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박 씨는 남편이 생존해 있을 때도 외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입니다.


이 씨의 딸은 "범행 수법이 동일하다. 아버지를 어느 순간 짐처럼 여겼다"며 아버지가 전 재산을 증여한 것도 박 씨를 붙잡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사랑'이라 주장하는 박 씨, 그러나...


이 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일용직으로 일까지 했습니다. 반면 박 씨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한다"며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휴대전화에는 내연남이 '남자친구'로 저장돼 있었고, 제작진의 추궁에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박 씨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불륜은 물론 사기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박 씨에게 투자 사기를 당했다고 고소한 이들의 증언과 박 씨가 노골적인 사랑 고백 메시지를 보낸 기록까지 확보했습니다. 이 씨가 숨진 지 8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박 씨의 심리와 행적을 분석했습니다. "남편은 박 씨에게 후광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며 "재산을 증여받고 대출까지 받은 뒤에는 남편의 유용성이 줄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농약을 함께 먹었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녀가 죽고자 했던 건지, 죽이고자 했던 건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법률 전문가 역시 "차명 계좌를 통한 반복적인 자금 이동은 자금 세탁의 전형적 수법"이라며 "제2의 피해자를 찾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 남았다


재판부는 박 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 씨는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주변에 부정하며 끝까지 아내를 감쌌습니다. 사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를 도와주지 못한다는 자책 속에서도 그녀를 지켜주려 했습니다.


방송은 끝으로 "과연 이 사건은 자살일까, 타살일까"라는 질문을 남기며,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끝까지 추적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죄를 지은 이는 반드시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