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화)

"건강했던 26살 딸이 출산 후 식물인간 돼"... 병원비와 의료소송 패소로 6살 손자 '빚더미' (영상)

출산 후 7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는 딸, 부모의 절절한 호소


출산 후 7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고 있는 딸을 살려달라는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19일 JTBC '사건반장'에서 공개된 제보자 A씨의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딸은 대학 졸업 직후 8년간 교제한 남자친구와 결혼하여 26세에 첫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그러나 기쁨의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A씨는 출산 당일 새벽, 사위로부터 "아내가 위험하다. 오늘 밤이 고비다"라는 긴박한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한 딸은 호흡 곤란과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의료진의 대응은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을 좀 하라"는 단순한 안내에 그쳤으며 적절한 진료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밤새 딸 곁을 지킨 사위가 지켜보는 가운데, 딸은 청색증을 보이며 의식을 잃었고, 이후 더 큰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이미 뇌 손상이 진행되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의료 기록과 CCTV 확보 어려움, 7년간의 지난한 법정 싸움


A씨 가족은 사건 직후 병원 측에 CCTV와 의료 기록을 요청했으나, 병원 측은 "우리 잘못 없다. CCTV는 삭제됐다"는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사건 발생 후 불과 닷새 만에 CCTV가 삭제되었고, 의료 기록도 병원 측에 유리한 내용만 남아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시작된 재판은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병원과의 7년간 긴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엄마 없이 자라야 했던 손자도 심각한 정서적 영향을 받았습니다.


손자는 할머니를 엄마처럼 따랐고,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가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사고 나면 엄마처럼 된다"며 할머니의 외출조차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A씨 부부는 손자를 돌보기 위해 택시 운전, 경비, 식당 주방 보조, 전단지 배포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병문안을 갔을 때 식물인간 상태의 딸이 아들 목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A씨의 회상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 달 300~400만 원의 병원비와 간병비로 인해 사위는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하며 딸의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지만, 결국 모아둔 돈이 바닥나 대출까지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의료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모든 소송 비용까지 부담하게 된 상황입니다.


A씨는 "소송 비용 안에는 손자도 포함돼 있다. 딸에게 책임을 묻는 건 포기했지만 6살짜리 손자에게까지 부담하게 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깊은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법무법인 디딤돌 박지훈 변호사와 법무법인 에이블 양지열 변호사는 "소송 비용은 소송을 참가한 당사자들에게만 내라고 하는 게 원칙"이라며, "병원에 있는 딸도 원고로 돼 있고 손자도 엄마가 다쳐서 정신적 손해를 입고 있다는 식으로 원고로 함께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열린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박상희 교수는 "가족들 모두 번아웃 상태인 것 같다"면서 "재판에 이겼다고 해서 병원의 잘못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경우에 국가와 사회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YouTube '사건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