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의 보이지 않는 상처, 재난 현장 트라우마 집중 관리 나선다
소방청이 이태원 참사와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대형 재난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과 구급대원 3,300여 명을 대상으로 긴급 심리 상담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이 우울증을 앓다 실종된 지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조치입니다.
지난 20일 뉴시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소방청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정기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대원들이 많은 만큼 참사에 출동한 이들을 대상으로 전체적으로 추가 심리 상담을 집중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방청은 매년 '찾아가는 상담실' 운영을 통해 전문 심리 상담사가 전국의 소방 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맞춤형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102명의 상담사가 활동하며 총 7만 9,453건의 상담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현장 출동 소방관이 끝내 숨진 채 계기로 소방청은 정기 상담 외에도 대형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 공무원들을 위해 특별 심리 지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에 투입된 1,316명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출동한 2,037명, 총 3,300여 명의 소방 공무원들이 이번 추가 상담의 대상이 됩니다.
소방청은 뉴시스에 "상담은 전문가 미팅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상담을 통해 심리 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대원은 심층 상담, 스트레스 회복 프로그램 참여, 병원 진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고, 그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난 현장 소방관들의 보이지 않는 상처
한편 지난 20일 오후 12시 30분께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소방관 A씨(30)는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인 뒤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소방청에서 지원하는 의료조치 등 총 12차례 심리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하신 분들을 검은색 구역에서 놓는데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며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을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들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 '이게 진짜가 아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지난 10일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뒤 실종됐고 같은 날 오전 2시 30분께 남인천요금소를 빠져나와 갓길에 차를 세우고 휴대전화를 버린 뒤 사라졌습니다.
A씨가 발견된 장소는 이로부터 직선거리로 8~9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