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율 급증... 청년층 현실과의 괴리 드러내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청년도약계좌'가 높은 중도해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들이 직면한 구조적 소득 불안정성과 생애 불확실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분석됩니다.
정부가 연 9.5%라는 매력적인 수익률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생활비 부담과 불안정한 소득 상황이 계좌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 보완과 제도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5년 만기 상품, 청년 현실과의 간극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청년이 5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정부의 세제 혜택과 금리 지원을 통해 최대 5000만원의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책형 금융상품입니다.
정부는 이 상품을 청년 자산 형성의 '해결책'으로 적극 홍보했지만, 실제 운영 결과 중도 이탈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 인원은 35만8000명으로, 전체 누적 가입자 225만명(일시납 포함)의 15.9%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말 중도해지율 8.2%와 비교하면 단 6개월 만에 7.7%p 증가한 수치로, 이탈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득이 낮고 월 납입액이 적은 청년층일수록 해지율이 더 높다는 사실입니다. 월 10만원 미만 납입자의 해지율은 39.4%, 10만~20만원 미만은 20.4%, 20만~30만원 미만은 13.9%인 반면, 70만원(최대한도) 납입자는 0.9%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소득 수준이 계좌 유지 여부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청년 생애주기와 맞지 않는 장기 납입 구조
전문가들은 청년도약계좌의 높은 해지율이 단순한 금융상품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구조적 소득 불안정성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5년이라는 장기 납입 구조는 취업, 결혼, 주거 이동 등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를 겪는 청년들에게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후속 상품인 '청년 미래적금'을 준비 중입니다. 이 상품은 근로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일정 소득 이하일 경우 정부의 매칭 지원이 비례적으로 적용되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2016년 도입된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일명 '시즌2'로도 불립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년층의 소득 불안정성과 생애주기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어떤 금융상품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기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들이 청년 미래적금으로 전환 가입할 수 있는 연계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높은 중도해지율은 단순한 상품 설계 실패가 아닌 청년층의 삶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드러낸 결과"라고 지적하며, "후속 상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소득 수준별 차등 설계, 유연한 납입 방식, 중도해지 시 불이익 최소화 등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청년도약계좌의 시행 결과는 단순한 금융상품의 성패를 넘어 청년 정책 전반의 설계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청년의 실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 설계 없이는 어떠한 유인책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보다 정교한 접근과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