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한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퇴임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60·사법연수원 18기)이 부산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일상적인 모습으로 포착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일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형배 재판관님, 버스 타고 다니시네요"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게시자 A씨는 전날 부산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문 전 대행을 목격했다며 2초 분량의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는 버스 하차문 유리창 너머로 문 전 대행이 정류장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요.
A씨는 "헌법재판관까지 지낸 분이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모습은 훈훈하다"며 그의 소탈한 행보에 감탄을 표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로 대중에게 각인된 인물
대중이 문 전 대행의 얼굴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4월 4일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선고했을 때, 재판관 8명을 대표해 주문을 낭독한 인물이 바로 문 전 대행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22분간 선고 요지를 낭독한 후 정면을 응시하며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단호하게 말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청렴함과 도덕적 신념으로 주목받은 법조인
문 전 대행은 청렴한 재산 관리와 확고한 도덕적 신념으로도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 출석했을 당시, 그의 신고 재산은 약 6억7000만원이었습니다.
이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년간 법관 생활을 했는데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문 전 대행은 "결혼할 때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순수 제 재산은 4억 원이 채 안 된다. 평균 재산을 조금 넘은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발언은 '평균인의 삶을 지향하는 판사'라는 별칭을 얻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는 또한 "공직 생활이 끝난 뒤 영리를 위한 변호사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히며 자신의 도덕적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헌재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그의 재산은 15억여 원으로, 여전히 다른 재판관들과 비교해 소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적인 판결과 퇴임 후 활동
경남 하동 출신인 문 전 대행은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부산과 창원 등지에서 꾸준히 법관으로 활동해왔습니다.
그는 재판에서도 인간적인 판결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과거 자살 시도 후 방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한 뒤 "우리 귀에는 '살자'로 들린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을 건넨 일화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