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헉소리'나는 성과급 준다는데도 "더달라"... 파업 전운 감도는 SK하이닉스

'1700%+α' 거부한 노조, 교섭 결렬 선언


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 가능성에 직면했습니다. 노조와 사측이 내년 성과급(PS) 지급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면서 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지난 6일 청주3캠퍼스에서 1차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12일에는 본사 이천 수펙스센터 앞에서 2차 결의대회를 이어갔습니다. 노사는 5월부터 7월까지 10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진=SK하이닉스


사측은 현행 1000%인 PS 지급률을 1700%로 올리고, 초과분 일부를 연금·적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한다는 약속을 온전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37조 원에 달합니다.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약 3조 7000억 원이 성과급으로 지급돼야 합니다.


HBM 독주 체제 속 돌출한 파업 리스크


특히 이번 갈등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불거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큽니다.


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62% 점유율을 차지하며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공급을 확대해 왔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 뉴스1


그러나 마이크론이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사실상 확정지으면서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노사 갈등이라는 악재가 터진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가장 치열하게 노를 저어야 할 시기에 파업 가능성이 불거진 것은 내부 동력 약화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업 가능성 낮지만 '노사 신뢰' 시험대


다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하이닉스는 채권단 체제에 있던 시절에도 단 한 차례도 파업에 나선 적이 없을 만큼 노사 관계 안정성이 전통처럼 이어져 왔습니다.


사측도 갈등 봉합을 위한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신상규 기업문화담당 부사장은 12일 '더(The) 소통' 행사에서 "10차례 이상 교섭했지만 간극을 줄이지 못해 안타깝다"며 "임금 인상률 외 초과이익분배금(PS)에 대한 추가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 뉴스1


곽노정 사장 역시 같은 행사에서 "오래 가고 좋은 회사"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는 2011년 채권단 체제 조기 졸업 직후 방영된 광고 문구로, 하이닉스가 지속 가능한 회사로 남아야 한다는 사측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