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미국서 성공한 삶 버리고 고국 돌아와 '독립운동'에 모든 것 바친 유한양행 창업주

광복 80주년, 독립운동가 유일한 박사의 삶을 돌아보다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항일투쟁에 나선 기업인이 있습니다.


바로 유한양행의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인데요.


오늘(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과 나라사랑 정신으로 가득했던 그의 삶이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습니다.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 / 유한양행


1895년 평양에서 태어난 유일한 박사는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1909년에는 독립운동가 박용만 선생이 미주지역에서 최초로 설립한 '한인소년병학교'에 입교했습니다.


오전에는 농장에서 학비를 벌고, 오후에는 공부와 군사훈련을 받으며 민족의식과 자주독립 사상을 키웠습니다. 이때 형성된 애국심은 후에 그가 펼친 독립운동과 기업경영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성공과 조국을 위한 결단


미시간 대학교를 졸업한 유 박사는 1922년 '라초이 식품회사'를 설립해 숙주나물 판매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연히 간도를 방문하면서 일제 강점기에 고통받는 동포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 / 유한양행


결국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회사를 매각해 모은 자금으로 1926년 귀국하여 유한양행을 설립했습니다.


"건강한 국민만이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설립된 유한양행은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닌, 민족의 건강과 독립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1933년에는 자체 개발 1호 의약품인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을 출시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했습니다.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 / 유한양행


비밀 특수요원 '암호명 A'로 활약


1941년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전략사무국(OSS)은 일본을 상대로 한 비밀첩보작전인 '냅코(NAPKO) 프로젝트'를 계획했습니다.


이 작전에는 19명의 한국인 정예요원이 선발되었는데, 그중 '1조 조장'이자 첫 번째 요원인 '암호명 A'가 바로 유일한 박사였습니다.


당시 5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된 군사 훈련을 견디며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또한 1942년에는 일제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돌아가 재미 한인들로 구성된 무장독립운동단체 '맹호군' 창설을 주도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쳤습니다.


기업가로서의 혁신과 사회 환원


유한양행은 1936년 개인기업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국내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기업이 자사의 주식을 종업원이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오늘날의 우리사주제나 스톡옵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한양행


1962년에는 제약업계 최초로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유 박사는 대한상공회의소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며 산업 발전에 기여했고, 유한공고를 설립하여 기술 인재 양성에도 힘썼습니다.


개인 소유 주식을 각종 장학금으로 출연하는 등 자본의 사회 환원에도 앞장섰습니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마지막 결단


1971년 3월 11일, 76세로 타계한 유 박사는 마지막까지 나라와 사회를 생각했습니다. 


그의 유언장이 공개되자 많은 이들이 놀랐습니다. 손녀의 장학금을 제외한 모든 유한양행 소유주식을 공익법인인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현 유한재단)'에 남긴 것입니다. 


이는 유한양행의 기업활동이 영속적으로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해 쓰이도록 하면서, 기업과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사회에 바친 위대한 결단이었습니다.


유한양행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 / 유한양행


정부는 유 박사의 공훈을 기려 1955년 건국훈장과 독립훈장을 수여했으며, 1995년에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습니다. 또한 1996년에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창립 99주년을 앞두고 있는 유한양행은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헌혈, 연탄 나눔, 학술 연구 지원, 국가유공자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유일한 박사와 같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며 그들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애국 기업'들에 대한 국민 관심과 칭찬도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