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입에 '생리대' 붙이고 황당 시위 벌인 남성들... 여성단체들 맹비난

말레이시아 남성들의 생리대 시위, 여성 존엄성 훼손 논란


말레이시아에서 남성들이 생리대를 마스크처럼 얼굴에 두르고 정치적 시위를 벌여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여성 위생용품의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키며 성 평등 의식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렸습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더스타, 말레이시아키니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민주행동당(DAP) 소속 당원 약 50여 명이 네그리셈빌란주 상원의원에 조호르주 출신인 빈센트 우 힘 벤 의원이 지명된 것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외지인 지명에 대한 우려에 침묵하는 당을 비판하기 위해 생리대를 입에 두르는 퍼포먼스를 벌였는데요. 리콩힝 DAP 재향군인회 회장은 생리대를 "두껍고 밀도가 높으며 흡수성이 뛰어나고 방음이 잘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행사 참가자 대부분은 재향군인회 출신 남성이었으며, 일부 여성 당원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레이시아키니 SNS


여성 위생용품의 정치적 도구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


이처럼 여성의 위생용품을 시위 도구로 사용한 행위에 대해 당내에서도 즉각적인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앤서니 로케 DAP 사무총장은 이번 시위를 "매우 부적절하며 무감각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DAP 쿠알라룸푸르 여성 지부 역시 페이스북에 성명을 올려 "생리대는 개인적 이득이나 내부 항의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정치적 견해차가 있더라도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아닌 건설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성 단체들의 반발도 거셌습니다. 전여성행동협회(AWAM)의 아만다 슈위타 루이스 수석 담당자는 이번 사태를 "터무니없고 매우 퇴보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월경을 이용해 타인에게 수치를 주려는 행위는 여성 혐오"라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또한 "여전히 많은 여성이 생리용품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나라에서 남성들이 생리용품을 낭비하고 정치적 무기로 활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말레이시아의 생리 빈곤 현실입니다. 지난해 AWAM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여성 청소년 13만 명 중 1만 2,870명이 생리대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리대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 행위는 더욱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지수'에서 말레이시아는 0.668점으로 146개국 중 하위권인 103위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