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머리향을 그대로 담아낸 향수, 일본에서 화제
"갓난아기 머리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향수로 맡아보세요."
아기에게서 나는 특유의 좋은 냄새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이 향기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생후 약 6주가 지나면 이 특별한 향기는 점차 사라지게 되는데요.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신생아의 머리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그대로 재현한 향수가 출시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향수를 맡아본 사람들은 "뭔가 안정되는 느낌이 든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어요.
신생아 머리 향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재현한 세계 최초의 향수가 바로 고베대학교발 벤처기업 센츠페스(Sentsfes)가 지난 6월 출시한 '푸퐁 퓨어'(Poupon pure)입니다.
센츠페스는 "신생아의 머리 냄새를 화학 분석해 진짜 아기의 냄새를 재현한 세계 최초의 향료를 만들었다"고 밝혔는데요. '푸퐁'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갓난아기를 의미합니다.
푸퐁 퓨어는 꽃향기와 과일 향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 향으로, 따뜻함과 상쾌함이 느껴지면서도 지나치게 강하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아기 향기의 비밀, 과학적 연구로 밝혀내다
이 독특한 향수는 센츠페스를 이끄는 고베대 오자키 마미코 명예교수가 "육아 중인 부모가 아기의 머리와 엉덩이 냄새를 자주 맡는다"는 논문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되었습니다.
오자키 교수는 하마마쓰 의과대학 부속병원 의료진과 임산부들의 협조를 얻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약 20명의 머리 냄새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총 37가지 냄새 성분을 발견했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꽃과 감귤류 과일 등 20가지 이상의 성분을 조합해 '아기 냄새'를 성공적으로 재현해냈습니다.
대학생, 부모, 조부모, 보육사 등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시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며 "기분 좋다", "계속 맡고 싶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 '기분 좋은 냄새'의 주된 성분은 플로럴 향을 가진 화합물 '노나날'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오자키 교수는 "사람의 체취 속에도 좋은 냄새가 있다. 그중에서도 꽃향기 같은 냄새가 특징인 노나날이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라며 "그게 아기들에게 가장 많이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곤충이 냄새로 대화한다는 것을 수십 년간 연구해온 오자키 교수는 말을 못 하는 아기 역시 부모에게 다정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기 위해 이 향을 뿜어낸다고 보고 있어요.
그는 "페로몬은 같은 종의 다른 개체에게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화학물질로,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며 "말을 못 하는 아기들이 이를 활용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제 육아 경험으로도 갓난아기는 울기만 해서 부모는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동시에 좋은 냄새를 내며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결국 (부모가) 돌봐줄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6월 15일 출시된 이 향수는 입소문을 타며 현재 품절된 상태로, 센츠페스 측은 이달 중순이 지나서야 재입고된다고 공지했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미국에서는 살 수 없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향수의 화학 조성과 제조법은 일본뿐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도 특허를 취득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