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조선소에 모인 미 고위급... 트럼프, 협상 타결 최종 결정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관계자들과 연쇄적으로 만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 '핵심 키'로 작용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 1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지난달(7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를 방문했습니다.
러셀 보트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도 예산관리국장을 지낸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힙니다. OMB는 미 행정부의 예산안 수립과 집행, 입법 제안까지 관장하는 핵심 기구입니다. 이번 방문은 미 조선업 재건의 실무 컨트롤타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조선소 방문 직후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된 MASGA 프로젝트 포함 관세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펠란 장관과 보트 국장의 현장 방문 보고를 받은 뒤, 최종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한화, 美 조선업 교두보 역할 할 것"... 김동관, 투자 계획 직접 설명
현장에선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맞이해 한미 조선 협력 구상을 설명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한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건조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필리조선소를 기반으로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공급망 재편,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MRO)를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중장기 사업 전략과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공유하며 미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날 펠란 장관과 보트 국장은 필리조선소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찾아 자동용접 설비를 살펴보고, 용접 훈련 중인 현지 인력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습니다. 해당 설비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이전된 최첨단 기술입니다.
러셀 보트 국장은 이후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화가 필리조선소에 투자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지역 고용과의 안정적인 파트너십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펠란 장관, 3개월 전 거제사업장 방문... "현장 확인 중요했다"
펠란 장관 역시 "조선해양 산업 기반을 복원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와 미 해군성의 최우선 과제"라며 "3개월 전 한국의 한화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현대화된 조선 현장을 확인했으며, 이번 미국 내 투자 상황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 4월, 펠란 장관은 한화 거제사업장을 찾아 김동관 부회장의 안내로 잠수함 및 상선 건조 구역과 MRO 작업 중이던 미 해군 7함대 유콘함 등을 시찰한 바 있습니다. 3개월 만에 한화가 보유한 한·미 양국 조선소를 모두 방문하며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면밀히 확인한 것입니다.
김 부회장은 당시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의 전략적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건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북미 내 복수의 조선소를 확보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MASGA·1500억 달러 펀드 참여로 양국 조선업 동반 성장 이끌 것"
한화그룹 관계자는 "MASGA 프로젝트와 함께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전용 펀드에도 적극 참여해,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필리조선소 확장과 신규 조선소 설립, MRO 확대 등을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에도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화는 지난해 말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대대적인 설비 투자와 현지 인력 채용, 한국식 생산관리 시스템 도입 등 전방위 개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오는 2035년까지 10배 이상 끌어올릴 방침입니다.